국내 최대 광고주인 삼성전자의 비상경영 선언에 우리 언론도 덩달아 비상이 걸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TV·스마트폰·생활가전 등 사업 부문을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했다. 각종 경비를 절반으로 줄이고 해외 출장과 글로벌 행사 비용 등도 줄이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잠정 실적에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9% 감소했다고 지난 6일 밝혔다. 같은 기간 LG전자는 역대 분기 최대 매출을 기록하고도 수익성이 후퇴하며 영업이익은 91.2%나 줄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삼중고에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기업이 씀씀이를 줄이는 건 언론사로선 악재다. 기업들이 줄이는 비용에는 광고·홍보·마케팅 비용 등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2022 신문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신문사의 전체 매출액 구성에서 광고 수입은 60.6%(2조4599억원)라는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경기 한파가 계속되며 주요 기업들의 실적 부진과 이에 따른 광고 집행 감소가 현실화하면 신문사 매출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연두 언론사 대표들이 신년사를 통해 전례 없는 위기감을 호소한 건 이런 배경에서다.
그나마 지난해는 두 번의 큰 선거(대통령선거·지방선거)와 두 차례의 대형 스포츠 이벤트(동계올림픽·월드컵)라는 호재가 있었다. 올해도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항저우 아시안게임 등이 열릴 예정이지만 올림픽과 월드컵에 맞먹는 특수를 기대하긴 힘들어 보인다. 특히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은 지난해보다 더 떨어진 1%대로 전망된다. 경제성장률에 민감하게 연동되는 광고시장 역시 불황의 영향을 피하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KT그룹 계열 디지털마케팅 전문기업 나스미디어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2023년 광고시장은 글로벌 경제 둔화 및 소비 심리 위축으로 전년 대비 성장률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나, 광고시장 내 디지털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광고시장 전반의 성장은 지체되더라도 디지털 광고시장은 나 홀로 성장을 이어갈 거란 분석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의 해제로 대면(對面) 일상이 대부분 회복됐으나, 광고와 마케팅은 여전히 디지털 중심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언론사의 구독과 뉴스 혁신 전략만이 아니라 영업 전략 역시 디지털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물론 호락호락한 상황은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광고시장의 점유율은 크게 늘었지만, 경쟁자도 그만큼 많아졌다. 특히 지난해 구독형 OTT인 넷플릭스가 광고형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기존의 미디어 사업자들은 바짝 긴장한 상태다. 게다가 1020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숏폼 콘텐츠 플랫폼도 광고시장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 페이스북 릴스 등이 광고 상품을 출시한 데 이어 유튜브 쇼츠도 올해 숏폼 영상 사이에 광고를 정식 도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에이터에겐 수익의 45%가 지급될 예정이다.
디지털 환경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타게팅 광고는 트렌드를 넘어 필수다. 정교한 타게팅을 위해 이용자 데이터를 확보·분석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이미 TV에선 데이터 기반 광고가 침체한 방송 광고시장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셋톱박스에 저장된 TV 시청 이력 등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시청 가구에 맞춤형 광고를 실시간으로 송출하는 어드레서블 TV 광고가 그것이다. 데이터를 통한 광고 효과 측정이 가능해 가성비가 좋고, 다양한 광고주의 요구에 맞는 맞춤형 광고 집행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한국IPTV방송협회는 지난해 10월 “어드레서블 TV 광고를 시청한 가구에서 브랜드 인지도, 선호도 등에 대한 긍정적 인식 변화뿐만 아니라 실제 제품에 대한 구매 의사 상승까지” 검증됐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올드미디어’인 지상파도 뛰어들었다. MBC는 2021년 11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를 통해 어드레서블 TV 광고 판매를 시작했고, EBS도 지난해 6월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 어드레서블 TV 광고의 핵심은 타게팅인데, 코바코는 그동안 진행해온 연구결과를 조만간 발표하고 타게팅을 고도화하는 시도를 계속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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