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15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 19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자재·비품이 여기저기 널린 모습이 보였다. SBS의 뉴미디어 자회사 ‘SBS 디지털뉴스랩’이 위치한 층 대부분 공간이 “리모델링 중”이었다. 하현종 SBS 디지털뉴스랩 크리에이티브사업부문 대표는 이 어수선한 곳 어디쯤 놓인 테이블에 직원과 마주 앉아 면담을 하고 있었다. 이날 풍경은 20년간 기자로 지내다 2020년 갑자기 ‘콘텐츠 회사’ 대표를 맡으며 답 없고 혼란스러운 분야에서 그가 겪어온 일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간 ‘상근직 프리랜서’ 문제가 완전히 해소된 변화가 있었다. 2017년 12월 SBS는 보도본부 뉴미디어국이 담당하던 뉴미디어 콘텐츠 제작·유통을 전담하는 자회사를 설립했다. 2020년 7월엔 자회사를 뉴스서비스부문(뉴스부문)과 크리에이티브사업부문(사업부문)으로 분리하고 각자 대표 체제로 운영키로 했다. “젊은 PD들이” “2030세대를 주타깃으로” 콘텐츠를 선보이는 사업부문엔 많은 방송사에서 여전하듯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상근’하는 뉴미디어 인력이 대다수였다. SBS디지털뉴스랩은 자회사 설립 이후 꾸준히 정규직 채용을 진행해왔다. 현재 크리에이티브사업부문 총 50명 중 정규직이 약 30명, 나머진 인턴과 계약직, 자의로 프리랜서 계약을 맺은 경우다.
“콘텐츠업은 사람이 중요한 산업이다. 프리랜서로 꾸리면 그때그때의 성과는 가능하지만 전수가 안 된다. 더 나은 조건으로 더 나은 사람을 데려와 더 나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선순환 구조가 회사가 지속 가능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라 봤다. 개인적으론 주변 사람들의 삶의 조건을 바꾸는 것도 저널리즘 아닌가 여기기도 했다. 다만 가치뿐 아니라 숫자로도 입증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규직 채용 확대는 경영 성과가 바탕이 됐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자회사는 2020년 매출 58억원 총포괄이익 1억2000만원, 2021년 매출 87억원 총포괄이익 9억원 등을 기록했다. 2022년 매출은 1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추산된다. 사업부문만 따로 봐도 연 20~30% 매출 성장을 거두는 상황이다. “자회사 설립 후 (뉴스부문과 사업부문의) 매출, 수익을 따로 보는 실험을 지난 2~3년 간 했고, 각각 고도화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컨센서스가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플래그십 메인 브랜드로 “기자 트레이닝을 받지 않은 이들의 시각으로 뉴스를 재해석하자”는 성격을 지닌 유튜브 채널 ‘스브스뉴스’를 보유한다. 신설 코너의 인큐베이팅 역할도 수행하는 채널은 뉴스, 시사, 정보, 교양,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되 기자 참여로 저널리즘 색채가 강한 뉴스부문 ‘비디오머그’ 등과 달리 트렌디하고 가볍다. 콘텐츠로서 정체성을 앞세워 수익화를 적극 모색한다는 점도 다르다. 현재 구독자 188만명을 보유한 ‘문명특급’은 하이엔드 채널로 자리잡았고, 그 외 ‘갓나온 맛도리’(음식), ‘오목교 전자상가’(IT), ‘서울리스’(비 수도권 지역 공감), ‘가갸거겨고교’(중고생 일상) 등이 포트폴리오로 포진한다.
수익은 유튜브 뷰, 광고, 브랜디드 콘텐츠에서 주로 나온다. ‘스브스뉴스’를 담당하는 2개 팀 중 콘텐츠 솔루션 유닛에서 브랜디드를 맡는다. 기업 유튜브 채널 컨설팅, 제작·운영대행을 하는 채널비즈 유닛도 가동 중이다. 약 2년 전부턴 친환경 커머스를 표방한 자사몰 ‘175플래닛’을 열어 올해 500~600% 성장세로 매출 1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PD들과 콘텐츠, 타깃의 동시대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는데 (친환경 커머스는) 환경문제에 큰 민감도를 가진 2030세대에 콘텐츠를 넘어 라이프스타일적인 니즈를 충족한다는 측면에서 시너지가 있겠다고 판단했다. PD가 의욕적으로 해보겠다는 건 가급적 론칭을 한다. 뉴미디어에선 제작자와 콘텐츠 간 일체감이 가장 중요해서다. 대신 안 되면 빨리 접고 새로 시작을 독려하는 식이다. 그동안 감으로 판단했는데 기간, 정성·정량적인 요건을 충족했는지 두고 체계적으로 보려하고 있다.”
2010년대 중반부터 ‘카드뉴스’ 유행 선도, ‘브랜디드 콘텐츠’ 초기 시장 개척 등 국내 언론 디지털 시도에서 유의미한 행보를 지속 해온 SBS에서 ‘크리에이티브사업부문’은 다시 첫발을 내디디고 있다. 언론사 디지털 부서가 법인이 돼 독립적인 경영을 모색하는 게 가능한지, 언론사에 뿌리를 둔 ‘콘텐츠 기업’이 도달할 수 있는 경계는 어디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로서다. ‘시경캡’ 없는 콘텐츠 회사에서 직원 교육 시스템을 어떻게 꾸릴지, 정규직 조직에서 동기부여를 위해 적합한 보상은 무엇일지 등 내부에선 ‘기업’으로서 과제가 대두된다.
이 고민 최앞단에 선 하 대표는 “사업본부 분리 후 수익과 고용 부분에서 회사로서 위용을 갖추고 계속 성장한 건 큰 성과지만 유능한 PD들이 신사업에 투입되며 본연의 콘텐츠 경쟁력엔 좀 소홀했다고 판단한다. 다시 콘텐츠 회사로서 압도적인 지위를 되찾는 데 집중해볼 생각”이라고 올해 목표를 밝혔다. 이어 “언론사 뉴스 역시 수익적인 부분과 연결시키지 않을 수 없는 시대가 상당히 온 거 같다. 본령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솔루션을 찾는다면 진짜 필요한 기사, 양질의 저널리즘이 나올 기반이 되지 않을까. 답을 찾는 시기가 빨리 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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