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로 살아가기 어려운 시대라고 한다. 과거와 달리 언론이 독점하던 정보는 디지털로 넘어갔고, 뉴스 한복판에 있어 그렇지 기자보다 뛰어난 독자들이 많다. 우리 사회 요구에 제대로 응답하지 못하고 있다는 질책과 함께 언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심화하고 있다. 언론 산업은 지속가능성을 장담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현장에 가면 치열한 기자들이 많고, 공들여 쓴 고품질 콘텐츠는 차고 넘친다. 그런데 언론 신뢰도는 오르지 않고, 독자들은 기자들에게 멀어지고 있다.
기자들을 만나보면 자괴감이 또아리를 틀고 있다. 기자로서의 보람과 만족보다는 상처와 좌절, 낙담을 얘기하는 기자들. 언론사 입사시험을 치르고 합격 통보를 받을 때 떨리던 가슴은 그때뿐, 시나브로 기자 직업에 회의감이 엄습한다. 매년 뒷걸음질하는 기자 직업만족도는 그런 현상의 일면을 반영한다. 좋은 기자가 되겠다고 들어온 언론사와 결별하는 기자들이 줄을 잇고, 지금도 이 업을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지 고민이 이어진다.
달라진 미디어 환경을 반영한다지만 기존 관행에 익숙하고, 독자들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콘텐츠와 조직문화, 광고·협찬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수익구조, 구성원 희생에 기대 꾸역꾸역 언론사를 유지하는 환경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지금의 언론사 구조는 기자의 성장을 어렵게 만든다. 대부분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 바쁜 언론 환경, 자기계발에 전력투구해서 전문성을 키우는 건 오롯이 기자 몫이다. 투자는 부족하고 뉴스룸은 바쁘고, 기자들 전문성과 독립성을 향상시킬 환경은 좀처럼 형성되어 있지 않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 작은 균열을 내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좋은 기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묻고 탐색하는 기자들이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말, 신문·방송·통신사 기자 50여명은 사단법인 ‘저널리즘클럽Q’를 창립했다. ‘Q’는 끊임없이 질문하고(question), 해법을 탐색하며(quest), 퀄리티 저널리즘(quality journalism)을 지향한다며 따왔다. 취재 방법과 기사 작법 등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노하우를 학습하고, 취재 윤리 등 현장에서 부딪히는 여러 고민을 서로 얘기해보고 답을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만든 모임이다. 회원이 66명(3일 기준)으로 늘었고, 대부분 1~10년차 기자들이다. 90년대생(90~96년)이 회원의 약 60% 정도를 차지한다.
이 모임에 참여한 9년차 뉴스통신사 기자는 “나와 동료들이 노력하면 좀 바뀔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언론계에 남아 있다”며 “이 모임을 통해 좋은 저널리즘이 무엇인지 머리를 맞대면 좋겠다”고 했고, 5년차 방송사 기자는 “언론계에서 좋은 기사에 대한 기준이 좁다는 생각을 했다. 단독·특종을 못해서 기자상을 못 받는 나와 동료들은 어디서 좋은 기사 썼다고 인정받을 수 있을까 싶다”며 “독자가 감명 깊게 읽고, 소소한 얘기라도 울림을 주는 기사를 발굴해서 인정해주면 힘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저널리즘클럽Q 회장을 맡은 유대근 한국일보 기자는 “‘저널리즘클럽Q’가 학습 공간이기에 앞서 기자들이 에너지를 다시 받는 ‘충전소’ 같은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며 “현장에 지쳐버린 젊은 기자들이 너무 많은데 이들이 우리 모임에서 서로 응원하고, 위로 받고, 다시 힘을 냈으면 좋겠다. ‘기자가 일은 고되지만, 한번 해볼 만한 직업’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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