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는 종종 송사로 이어진다. 언론사·기자에겐 결코 달갑지 않을 일이지만 법원의 판단을 거치는 과정은 우리 사회 전반 ‘언론·표현의 자유’ 수준을 드러내는 측면이 있다. 2023년 새해를 맞아 지난 한 해 대법원, 헌법재판소 등에서 나온 주요 언론 관련 판결을 돌아본다. 이는 헌법상 보장된 자유를 행하는 주체로서 국민 모두와 관련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추적 실패한 공직자 의혹 보도도 언론감시 영역일 수 있어
2018년 11월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리밍보의 송금-MB 해외계좌 취재 중간보고>를 방영했다. 방송은 전직 대통령 이명박씨 소유 추정의 해외계좌를 추적하다 실패했다는 내용, 제보자 진술을 토대로 이씨가 화교은행에 차명계좌를 가졌을 가능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당국에 실체규명을 촉구하는 부분으로 꾸려졌다. 원고인 이씨는 허위라며 명예훼손을 주장, MBC·제작진에 정정보도, 방송삭제, 위자료 지급 청구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8월11일 원고 상고를 기각했다.
쟁점은 방송을 허위사실이라 단정할 수 있는지, 허위라 단정할 수 없는 방송내용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지 등이었다. 대법원은 제보의 진위 추적 과정이 실패했음을 시인하거나 관련 수사를 촉구하는 정도라며 방송이 언론의 감시와 비판 행위 영역에 있다고 봤다. 진실성 확보를 위한 상당한 노력이 있었고, 공적인물에 대한 공적 관심 사안으로 현저한 공익성, 수단의 상당성도 인정하며 위법하지 않다고 했다. 판결은 언론보도의 참·거짓에 대한 증명 책임, 언론보도로 인한 명예훼손의 위법성 판단 기준 등과 관련해 기존 법리를 재확인한 경우다.
직장 ‘갑질’ SNS 폭로... 특정 집단 일부 이익도 ‘공익성’ 지닐 수 있다
대법원은 자신의 전 직장·대표와 관련해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유죄를 인정받은 피고인에 대해 항소심을 뒤집고 지난해 4월28일 무죄 취지 판결을 내렸다. 2017년 해당 회사에 근무했던 피고인은 전 직장 대표가 디지털 시대를 선도하는 인재로 소개된 콘텐츠를 보고 ‘회식 자리에서 직원들에게 상당한 양의 술을 마시도록 강권했다’는 취지의 글을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대한항공 ‘갑질’ 논란이 일었던 당시 스타트업 내 부당한 처사는 잘 알려지지 못한다는 지적도 했다.
대법원은 ‘일률적으로 많은 술을 강요하진 않았다’며 유죄를 인정한 항소심 판단과 관련해 압박 상황에 대한 과장된 표현으로 이해할 수 있다며 게시글을 허위로 보지 않았다. 아울러 ‘국가·사회 그밖에 일반 다수인의 이익’ 뿐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 나아가 ‘개인에 관한 사항’까지 공공의 이익과 연관되거나 사회적 관심을 획득한 경우라면 공익성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며 비방할 목적도 부정된다고 판단했다. 이는 명예훼손의 위법성 조각사유인 공익성, 진실성, 상당성 중 공익성 인정범위를 넓히는 판결을 해온 대법원 판결 경향과 맞닿는다.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폭로 등이 잇따르는 현실에서 참고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아동학대 행위자 인적사항 보도금지 법률은 합헌
JTBC ‘뉴스룸’은 2019년 9월2일 유명 코치가 초등생 제자에게 폭행·폭언을 가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믿고 맡겼는데...유명 피겨코치가 폭행·폭언 정황> 보도에서 코치 실명과 얼굴 등을 공개했다. 해당 코치는 아동학대행위자, 피해아동 등 인적사항 공개를 금지한 아동학대처벌법 제35조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손석희 당시 사장, 취재기자를 고소했다. 손 전 사장은 벌금 300만원 약식명령을 받아들여 형이 확정됐고, 정식재판을 청구한 취재기자는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0월27일 해당 조항이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제한되는 사익은 아동학대 행위자 식별정보를 공개하는 자극적인 보도가 금지되는 것인 반면 보호하려는 공익은 아동의 건강한 성장이라며 해당 조항이 언론출판의 자유,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봤다. 인적사항 공개가 피해아동에 대한 2차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학대 행위자 식별정보 보도를 금지할 뿐이며 익명 보도로 언론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판결을 떠나 언론보도 과정에서 고려돼야 할 원칙으로써 ‘피해자 보호’ 등을 돌아보게 하는 경우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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