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없다. 영향력 감소 우려와 함께 광고에 의존한 수익구조의 한계로 사양길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한 게 이미 십수 년 전이다. 시대정신에 맞는 언론의 역할을 재정비하기도 전에 구성원 이탈이 이어졌고 ‘기렉시트’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달라진 미디어 환경에서 기성 언론은 신뢰도를, 기자들은 윤리의식에 대한 의심을 받기도 한다.
여기에 경기침체까지 더해 ‘역대급 위기’가 예고된 2023년 새해, 좋은 저널리즘을 위해 의기투합한 기자들의 소식이 전해졌다. 현업에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 후에, 주말에 모여 머리를 맞대는 이들이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좋은 기사 쓰는 법, 휘발되지 않는 주제를 선정하는 법, 올바르게 취재하는 법…. 또래 세대가 ‘종이 신문’과 ‘9시 뉴스’를 소비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믿고 볼 수 있는 기사”를 위해 “한 문장의 무게”를 느끼며 “좋은 기자로 남고자” 고민하는 이들이다.
끊임없이 질문하고, 해법을 탐색하며, 퀄리티 저널리즘을 지향하는 취지로 창립한 ‘저널리즘클럽Q’에 참여하는 기자들의 출입처와 언론사는 다양하다. 각자의 업무와 상황은 달라도 서로 비슷한 고민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기사 속 정보만 보지 않는다. 언론의 윤리의식, 각종 권리에 대한 기자의 관점을 더 자주 문제 삼는다. 기사에서 언급된 사회적 정의와 정치적 올바름을 언론 스스로 얼마나 지키고 있는지 따져 묻고 이의를 제기한다. 기사는 점점 더 쓰기가 어렵고, 취재는 이전보다 고려할 것들이 많아졌다. 앞선 기자 세대가 해왔던 것을 어깨너머 익히는 도제식 교육은 유효하지 않다. 이미 오래전에 바뀐 시대에 적응해 한국 언론이 나아가야 할 길을 묻기 위해 모인 것이다.
‘저널리즘클럽Q’에 참여한 기자들은 여러 공부 모임을 통해 “기사의 의미”, “기자가 되고 싶었던 초심”을 발견하고 “영양제를 맞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홀로 분투하다 좌절하지 않겠다는 의미이자 기자로서 더 열심히 일하며 좋은 기사를 쓰고 싶은 간절한 마음일 테다.
기자들의 직업 만족도(기자협회)는 2019년 52%, 2020년 46.4%, 2021년 43.3%에 이어 지난해 42.8%까지 4년 연속 하락했다. 온라인 전환 과정에서 기자 직종에 대한 사회적 평가 하락과 과도해진 노동 강도, 사회적 함의가 생략된 기사 작성 등이 사기 저하의 이유다.
모든 구성원이 머리를 맞대 고민을 해도 적응하기 어려울 만큼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의 폭은 크다. 젊은 기자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오래 미뤄둔 이 숙제를 스스로 풀어보려는 노력이기에 더 뜻깊고 값지다. 여기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가 있다.
어려운 상황에도 꺾이지 않으려는 이들의 마음에 언론사 조직은 답해야 한다. 기자들이 개인 활동을 통해 회사 밖에서 언론이 나아가야 길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는지 회사는 반성해야 한다. 구성원과 함께 성장할 환경을 만들지 못하는 조직에 대한 회의감 등으로 잇따라 언론계를 떠나는 동료들을 보면서 남은 우리는 커다란 과제를 떠안지 않았는가.
언론에 대한 평가는 시대와 시절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그러나 언론의 역할과 숙명은 한 가지다. 좋은 콘텐츠를 고민하고 독자에게 이를 전달하는 것. 지속가능한 언론을 위해 공부하는 젊은 기자들이 찾고자 하는 답도 이와 같을 것이다. 좋은 기자가 되려는 이들의 마음은 꺾이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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