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창립 50주년 채용 정례화로 KBS 미래 준비"

[2023 신년사] 김의철 KBS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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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철 KBS 사장

사랑하는 KBS 사우 여러분, 드디어 2023년 공사창립 50주년의 뜻깊은 한 해가 시작됐습니다. 계묘년, 검은 토끼의 해를 맞아 뜻하는바 모두 성취하시고, 생기 넘치는 토끼처럼 여러분과 가족 모두 건강한 한 해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오늘 우리 신입사원 115명을 이 자리에서 맞이하게 됐습니다. 정말 반갑고 기쁩니다. 이분들은 나이와 학력, 지역과 성별, 그 어떤 차별도 없이 투명하고 철저하게 검증받은 우리 사회 최고의 인재들입니다. 여러분 모두 자부심을 갖고, KBS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저희 경영진은 앞으로도 매년 신입사원 채용을 정례화해 KBS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KBS의 새로운 50년을 열게 될 신입사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격려와 기대의 박수 부탁드립니다.

신뢰와 통합의 KBS, 새로운 100년 이끌 새로운 CI 공표

2023년 방송지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신뢰로 여는 통합의 창 KBS>입니다. 여전히 KBS가 지켜나가야 할 소중한 가치는 바로 신뢰와 통합입니다. 경제는 물론 정치마저도 양극화된 작금의 시기지만, KBS 뉴스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변함이 없습니다. 때로는 진영논리의 거센 풍랑에 잠시 빛이 바랠 때도 있지만,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는 등대처럼 대한민국 신뢰의 중심으로 늘 국민과 함께하겠습니다. 또한 갈등을 부추기기보다 서로 다른 생각과 이념이 소통하고 대화할 수 있는 통합의 공론장으로써도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겠습니다.

올해의 경영목표는 <공영방송 50년, 가장 신뢰받는 KBS>로 정했습니다. 초불확실성의 시대, 대전환의 시대에 KBS는 공영미디어로서 상업 미디어와 차별화된 역할을 구현함과 동시에 한정된 재원 안에서 효율적인 공적 책무를 수행하겠습니다. 특히 올해는 공영방송 50주년을 맞아 KBS의 정체성과 위상을 재정립할 수 있는 다양한 <50주년 기념사업>을 마련했습니다. 우선 공영방송 창립 50년 만에 KBS의 얼굴이 달라집니다. 오는 3월에는 KBS의 새로운 미래 100년을 이끌 새로운 CI가 공개될 것입니다. 통합 미디어 브랜드를 상징하는 멋진 이미지가 탄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세계 최대 규모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방송사 모임인 ABU(아시아 태평양방송연맹) 총회를 서울에서 개최해, 변화하는 미디어 시장에서 공영미디어의 나아갈 방향을 논의할 계획입니다. <공영방송 50년사> 제작과 <KBS를 빛낸 50인> 선정 절차도 함께 진행하고 있는데 지난 50년간 국민의 삶 속에서 함께 해온 KBS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뜻깊은 작업이 될 것입니다.

독립성과 제작 자율성 확고, 건전한 비판 수용으로 공정성 강화

임직원 여러분, 지금의 KBS는 그 어느 때보다 정치적 독립성이 보장돼 있다고 자부합니다. 취임 직후 심의실에 <부당 개입 신고센터>를 설치한 바 있습니다. KBS 사장으로서 저는 지난 1년 동안 보도·편성 제작에 대한 부당한 압력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그만큼 KBS의 방송 독립성과 제작 자율성은 공고해졌고, 공영미디어로서의 위상은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독립성과 자율성의 보장이 곧 프로그램의 공정성을 담보하지는 않습니다. 제작진과 관리자의 소통과 토론으로 다양한 시각과 균형감 있는 정보가 전달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정파적 유불리를 공정성 이슈로 포장하는 내외부의 부당한 공격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하되, 건전한 비판에는 귀를 기울이고 더욱 공정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공영방송 이사회를 확대 개편하고 정치적 독립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KBS 이사회가 최고 의결기관으로서 더욱더 전문성과 공정성을 갖추고, 방송의 독립성을 지킬 수 있도록 합리적인 제도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수익 구조 다각화 · 과감한 투자, 콘텐츠 경쟁력 강화

지난주 임금협상이 타결됐습니다. 파업 찬반 투표까지 진행될 만큼 어려운 과정이었지만 노동조합의 결단으로 해를 넘기지 않고 합의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 양대 노조 위원장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2.8% 인상, 물가인상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인상률입니다. 최고 경영진으로서 임직원 여러분께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지난해 우리는 경쟁력 강화와 광고 판매 증대를 위해 각 분야에서 부단히 노력했지만 당초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뉴스와 드라마, 예능, 디지털까지 시청률과 광고 판매에 있어서 경쟁사와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콘텐츠 경쟁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콘텐츠 경쟁력 하락의 근간에는 치열한 미디어 경쟁 시장에서 과감한 투자를 하지 못하는 KBS의 빈약한 재정 구조가 있습니다.

KBS의 매출은 근 20년째 1조 5천억 원입니다. 놀랍지 않습니까? 3000원 하던 짜장면이 6000원이 되는 세월 동안 우리 KBS의 호주머니는 탄력을 잃었습니다. 수신료, 인상해야 합니다. 중요합니다. 하지만 수신료만 바라볼 수 없습니다. 매출 규모를 높일 수 있도록 수익 다각화에 나서겠습니다. KBS미디어, KBSN, 몬스터유니온 등 콘텐츠사업 계열사의 총 매출액이 지난해 처음으로 5천억 원을 돌파했습니다. 본사의 매출과 합하면 연 매출 2조 원의 미디어 그룹인 셈입니다. 특히 우리 계열사는 콘텐츠 생산과 유통에 전문화된 기업으로 현재 미디어 시장에서 중요한 플레이어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계열사와 함께 그룹 전체의 성장을 도모하겠습니다.

2023년 콘텐츠 시장의 키워드는 오리지널 콘텐츠 강화, IP 지적재산권 확보, 글로벌 제작 투자로 예상됩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KBS도 드라마/예능에서 선택과 집중을 명확히 할 예정입니다. 일일/주말드라마에 적정한 제작비를 투입해 명실상부 ‘연속극 강자’의 위상을 보여주겠습니다. 과감한 투자로 IP를 확보하고 글로벌 OTT를 해외 유통의 경로로 활용하겠습니다. 미니시리즈도 본사 드라마센터와 몬스터유니온의 결합력이 높아진 만큼 확실한 ‘원투펀치’에는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예능도 트렌드를 선도할 킬러 콘텐츠 제작을 위해, 경쟁력 있는 글로벌 OTT 콘텐츠에 못지않은 제작비를 투입하겠습니다.

신속한 결정과 추진, 데이터 기반 경영, 그리고 조직문화 개혁

저는 취임식에서 3가지 약속을 드렸습니다. 신속한 결정과 추진, 데이터 기반 경영, 그리고 조직문화 개혁이 그것입니다. 지난 1년 ‘느린 결정이 틀린 결정보다 나쁘다’라는 마음으로 서둘러봤는데 스스로 만족스럽지는 못합니다. 더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물론,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KBS의 미래를 위한 몇 가지 일들을 탄탄하게 다지며 차곡차곡 진행해왔습니다. 수많은 방송사가 공영방송을 자처하는 상황에서, 공영방송 KBS를 둘러싼 법제도는 아직 미비한 수준입니다. 공공서비스를 수행하는 방송사이자 미디어로서의 역할과 업무 범위, 재원조성을 위한 두 개의 법률안이 발의가 되었습니다. 우리사회에 KBS가 기여해야 할 역할을 명확히 하고, 임기만료로 폐기를 반복하고 있는 국회 내 수신료 결정 처리 방식을 개선하는 입법이 연내 처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어느 조직이건 조직을 움직이는 기본에는 사람, 돈, 정보가 있습니다. KBS가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이 세 가지가 작동되는 원리를 바꿔야 합니다. 우선 ‘사람’, 우리 직원들이 이제 직종을 넘어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직무 단위로 채용, 배치, 평가하는 틀을 마련하였습니다. 그리고 ‘돈’, 우리의 재원이 콘텐츠 중심으로 우선 투자될 수 있도록 직접비와 간접비의 구분이 명확해지는 관리회계의 청사진을 지난 해 마련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보’, 인력과 재원을 포함한 다양한 정보들이 올해 데이터 포털로 구현됩니다. TV, 라디오, 온라인, 국제방송 등 법률이 정한 공공서비스 별로 우리의 목표와 성과를 체계화하는 기틀이 올해 정립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 KBS의 운영체계는 근본적으로 변화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귀가 따갑도록 듣는 말도 있습니다. ‘성과에 따른 충분한 보상’. 관건은 어떻게 평가하고 얼마나 보상할 것인가 입니다. 현재의 부서 개인평가 시스템을 보면 마치 ‘과거의 시스템에 미래가 갇혀있는 느낌’입니다. 평균주의에 갇혀 성과가 높은 팀원에게 마음껏 점수를 줄 수 없는 시스템, 바꿔나가겠습니다. 추가적인 성과 보상 체계도 만들겠습니다. 누가 일을 열심히 했고 성과를 냈는지 합의하지 못하는 조직에 미래가 있을 수 없습니다. 조직 운영의 근간을 다시 세운다는 각오로 가시적인 새로운 제도를 제시하겠습니다. 동시에, 기둥 뒤에 숨어 일하지 않는 사람과 KBS에 해를 끼치는 사람에 대한 불이익도 확실히 하겠습니다. 물론 제도 변경 과정에서 노사합의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양대 노조 모두 이러한 취지에는 공감해주시리라 믿습니다. KBS 모든 구성원을 소중히 여기는 공통된 마음 아래 노동조합과의 충분한 협의를 진행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50년 된 기수 문화를 폐지하겠습니다. 앞으로 KBS의 의사결정 체계에서 기수 정보는 삭제될 것입니다. 저부터 발령을 포함한 모든 인사에 있어 기수는 참고 대상으로도 하지 않겠습니다. 기수 정보를 삭제한다고 해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연공서열 분위기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능력에 따른 인사와 성과에 따른 평가를 어렵게 만드는 지금의 분위기는 개선되리라 생각합니다. 올 봄 정기 인사에서부터 기수 문화를 넘어서는 과감한 발탁 인사를 시작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선수가 되어, 함께 뛰어 봅시다.

사랑하는 KBS 가족 여러분. 지금 KBS를 둘러싼 환경이 녹록치 않은 게 현실입니다. 그렇기에 지금은 평론가가 아닌 선수가 필요한 때입니다. 누군가의 실패에 손가락질하고 비난하기 보단, 동료로서 함께 뛰며 응원하고 존중하는 선수가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합니다.

우리 모두 선수가 되어 함께 뛰어봅시다. 내년, 2024년 신년사에서는 한해의 성과를 자축하고, 한 번 더 도약하자고 크게 외칠 수 있도록 저부터 선수가 되어 최선을 다해 뛰어보겠습니다.

우리 함께 뛰어봅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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