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바다, 민둥바다였다니"… 지역뉴스로 전해지는 기후위기

KBS제주·경남도민 등 집중 보도
기후위기, 지역민 삶과 직접 연관

  • 페이스북
  • 트위치

KBS제주방송총국은 개국 72주년을 맞아 다큐멘터리 <제주 기후 위기 보고서, 민둥바다>를 지난달 23일 방영했다. 50분 분량의 다큐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함께 제주와 동해 6개 해역에서 소라를 채취해 성장 상태를 비교하고, 수온 상승의 영향을 보여줬다. 먹이인 해조류가 사라지며 소라의 양·크기가 줄었다. 면역력 감소로 폐사 가능성이 높아졌고 그 결과 제주 지역 소라 생산량은 10년 전의 절반 정도가 됐다. 기후위기로 해녀들은 평생 몸담은 삶의 터전을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큐를 연출한 문준영 KBS제주 기자는 직접 물에 들어가 제주 바다를 취재했다. 그는 “예뻐만 보이는 제주바다 속이 변한 걸 보여주면 심각성을 느낄 거라 생각했고 이에 두 달 가량 제주바다를 돌며 현장을 담았다”며 “기후 보도에선 스토리텔링이 대중의 행동을 결정한다고 교육에서 배워 거시적 대안이나 자료 나열이 아니라 현상을 잘 보여주려 했다. 시청자에게 와닿는 객관성을 위해 실험도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후위기는 지역민의 삶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문제기 때문에 지역이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는 사안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기후위기, 환경파괴 관련 사안이 최근 지역언론에서 잇따라 신문 주요 면에 배치되거나 다큐로 만들어졌다. 수도권과 비교해 자연과 가깝고 지역민의 생계·일상 역시 연관성이 높은 여건 등 이 문제를 최전선에서 실감할 수밖에 없는 지역의 소식을 통해 우리 모두의 위기가 제 모습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가장 지역적인 동시에 가장 글로벌한 의제로서 기후위기에 대한 지역언론의 뉴스가치 판단과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경남도민일보는 지난 12일자 신문 1면 톱으로 <양산꼬리치레도롱뇽 지키러 온 세계적 양서류학자> 기사를 배치했다. 세계적인 양서류 학자가 양산 사송택지개발지역 내 유일하게 남은 도롱뇽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한 시민사회 활동에 힘을 보태기 위해 시와 의회, 사업시행자를 만났다는 기사다. 교수는 보도에서 양서류와 습지가 사라진다는 의미를 생태 시스템이 무너지는 과정으로 규정, “도롱뇽이 존재할 수 없는 곳에는 결국 사람도 존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환경문제에 대한 우선순위가 낮았다면 ‘도롱뇽 뉴스’가 신문 1면에 배치되긴 어렵다. 매체는 지난해 대형기획 <기후재앙 생존보고서>, 올해 기획 <습지 더하기> 등을 선보였다. 조재영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은 “지역적인 이슈를 중시해왔고 기후위기, 환경문제 역시 대표적인 지역 문제로 중히 생각해왔다. 별 거 아닌 도롱뇽 얘기일 수 있지만 양산에서도 개발 찬반이 있을 텐데 이 사안을 중요 문제로 인식해야한다고 봤다”고 말했다.


최근 지역에서 기후위기 피해는 ‘개발’과 ‘보존’이란 담론 차원이 아니라 지역민의 일상과 생계를 위협하는 실질적 요인이다. 광주전남에선 최근 수개월 간 가뭄에 따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도서 지역에선 제한급수가 시행되고, 주요 도시까지 확산될 가능성마저 언급된다. 댐 저수량을 살피는 뉴스, 지자체와 각 기관의 절수 캠페인, 수도요금 감면 방침 등 대응이 연일 보도되고 <30% 깨진 동복댐 저수율 이대로면 제한급수>(광주매일신문 12월6일), <‘단수 위기’ 부른 상수도 정책 근본적 재설계를>(광주일보 11월17일), <역대급 물부족, 기후변화시대 물순환 대책 요구된다>(무등일보 11월16일) 등 사설이 나왔다.


올해 동해안 산불, 여름철 폭우, 겨울 한파 등은 물론 꿀벌의 실종, 농수산물 생산량 감소까지 기후위기가 원인으로 꼽히고, 향후 피해를 입는 지역은 더욱 늘어날 소지가 큰 상황은 지역언론에 기후위기를 대하는 근본적인 전향을 요구한다. 다만 언론산업 위기와 맞물린 인력부족, 출입처 중심 운영방식 등은 변화를 막는 요소다. 광주지역 한 기자는 “가뭄에 대해 많은 보도가 나오지만 심도 있게 다룬 기획기사는 아직 못 봤다. 기후위기란 원인을 짚으며 전문가와 소통하고, 더불어 이번 사태를 예견치 못하고 과거 상수원을 없앤 행정의 과실을 지적할 만한 인력이 언론사에 없다. 알 만한 사람은 퇴직을 했거나 이직을 했고, 남은 사람은 부족한 인력현실에서 출입처 뉴스로 면 채우기에 바쁘다. 기후위기 이슈는 단발성으로 그치기 쉽다”고 했다.

최승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