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 모르는 권력, 척박해진 언론 환경… 보복 얼룩진 한 해

취재 제한, 기사 삭제, 민영화…
2022 미디어 10대 뉴스 선정, 열 손가락 부족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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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속어 논란에 대한 권력자의 대응은 감정적이고 치졸했다. 비속어 발언 최초 보도를 문제 삼아 MBC 취재진을 전용기에 못 타게 하고, 대통령실 1층 현관에 가림막을 세웠다. 그렇게 ‘용산 시대’의 상징이라던 출근길 문답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6개월 만에 중단됐다. 대통령은 ‘이XX’라는 비속어 파동을 언론 탓으로 돌리고 대국민 소통의 문을 스스로 닫아 버렸다. 보도 경위를 밝히라는 대통령실 공문, 보도 책임자 고발, 민영화 운운 등 MBC를 겨냥한 압박은 ‘나를 욕보인 언론은 가만두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위험한 언론관이 투영돼 있다. 1970~80년대 언론사를 뒤적여야 나올법한 보복과 배제의 유령이 다시 출몰한 셈이다.

기자협회보 선정 ‘2022 미디어 10대 뉴스’는 권력과 언론, 그리고 언론자유의 가치를 되묻는 뉴스가 눈에 띄었다. 사진은 올 한해 기자협회보 1면에 등장한 주요 뉴스들.


기자협회보 선정 ‘2022 미디어 10대 뉴스’는 권력과 언론, 그리고 언론 자유의 가치를 되묻는 뉴스가 눈에 띄었다. 10대 뉴스는 기자협회보 기자들이 올해 주요 미디어 뉴스들 가운데 10개씩 추천하고 편집위원들이 투표를 거쳐 선정하는데, 1~10위에 오른 뉴스 모두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TBS는 정치권이 돈줄을 쥐고 개입한 사례다. 서울시의회는 TBS에 대한 서울시 출연금을 2024년부터 중단하는 조례안을 통과시켰고, 조례안과 별도로 내년도 TBS 출연금을 올해보다 88억원 삭감했다. 정치 편향 논란의 중심에 선 김어준씨 등이 연말 물러나기로 했지만, 재정 압박으로 TBS 정상화는 험난해 보인다. YTN은 25년 만에 민간 손에 넘어가게 됐다. YTN 지분 매각은 ‘공기업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기재부는 지난 11월 한전KDN과 한국마사회가 보유한 YTN 지분 30.95%를 매각하겠다고 발표했고, 한전KDN 이사회는 10여일 만에 지분 매각을 의결했다. 마사회가 지분 매각을 의결하면 YTN은 민간 자본을 사주로 맞아야 한다.


‘착한 자본’은 없다고 했던가. 민간 자본이 사주로 들어왔을 때 저널리즘이 어떻게 훼손될 수 있는지 서울신문은 보여준다. 서울신문은 지난 1월, 2019년 7월부터 4개월간 특별취재팀 바이라인을 달고 나간 ‘호반건설 대해부’ 기사 57건을 삭제했다. 호반의 편법승계 의혹 및 유령 자회사를 통한 LH 공공택지 편법 싹쓸이 등을 파헤치는 내용이었다. 이 기사는 호반이 서울신문 대주주로 들어오고, 2021년 12월 김상열 호반그룹 창업주가 서울신문 회장에 취임한 이후 한 달 만에 사라졌다. 사주는 저널리즘보다 프레스센터 재건축에 열을 올리고, 이에 실망한 기자들은 하나둘 떠나갔다.


이태원 참사 보도는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달라지겠다던 언론에 아직 남은 과제를 보여줬고, 현장 취재기자들의 트라우마 문제를 화두로 던졌다.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아픔을 잊지 않기 위해 희생자들과 유가족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는 언론도 있다. 중앙일보는 콘텐츠 부분 유료화에 시동을 걸었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입법화도 첫걸음을 뗐다. 언론 스스로 존재의 가치를 오롯이 드러낸 사례도 있다. 부산일보의 ‘산복빨래방’, 경남신문의 ‘심부름센터’ 등은 지역 언론이 지역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려는 부단한 노력의 산물이었다.


올해 미디어 10대 뉴스를 선정하면서 기자협회보 편집국에서는 이런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10대 뉴스로는 부족하다. 20대 뉴스를 뽑아 2개 면을 펼쳐야 하는 것 아니냐’는…. 그만큼 다사다난했다는 뜻이지만 2023년 언론계도 격변이 예상된다. MBC 사장 선임 등 공영방송 리더십, 포털뉴스 정책 변화, YTN 민영화, 방통위원장 임기만료 등 현안들은 윤석열 정부 집권 2년차와 맞물려 강한 드라이브가 걸릴 수도 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권력이 폭주해도, 언론 환경이 시나브로 팍팍해져도 팩트를 좇고 진실을 향한 기자들의 분투가 2023년에도 계속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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