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좋은 뉴스와 기자는 많다

[컴퓨터를 켜며] 최승영 기자협회보 편집국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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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한 해에도 많은 일이 있었다. 뉴스가 있어 수많은 일을 앉은 자리에서 알 수 있었지만 늘상 반기진 못했던 것 같다. 사안 자체가 슬프거나 안타까울 때도 있었지만 기사가 쓰인 방식과 관점에 분노, 실망, 자괴감이 들어 뉴스를 읽고 보기가 힘들 때가 많았다. 다른 독자들도 크게 달랐을 거라 생각진 않는다. 다만 이 글에선 그런 인상이 아니라 우리가 언론에 대해 쉽게 잊고 사는 어떤 지점을 얘기하려 한다. 그래도 제 본분을 다 하려는 언론과 기자들이 많다고, 문제적 보도에 대한 거침없는 지적과 별개로 그들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는, 그 말을 나는 지금 길게 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에서 매달 수여하는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을 사례로 들어 본다. 언론계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상 중 하나로, 수많은 보도 중 뉴스가치, 사회적 영향 등 여러 면에서 높이 평가받은 극소수만 이 상을 받는다. 13일 현재까지 올 한 해 10회의 심사를 거쳐 총 67편이 수상작에 뽑혔다. 올해엔 매달 평균 6~7편이 당선작으로 선정됐고 아직 결정되지 않은 11·12월 결과를 포함하면 수상작 수는 80편 가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면면을 보면 수상작은 하나 같이 뉴스가치와 의미가 큰 보도들이지만 정치권과 맞물렸거나 사회적 파장이 컸던 ‘특종’, 끈질기고 재기발랄한 ‘기획’으로 바이럴을 탄 일부를 제외하면 대중 일반에 크게 어필하지 못할 경우가 많다. 예컨대 최근 10월 수상작은 <조상준 국정원 기조실장 사의표명>(연합뉴스), <감사원, 서해 사건 적법절차 위반>(한겨레신문), <강종현 빗썸...(가짜)회장님의 실체 추적기>(디스패치), <돌아오지 못한 北 억류자 6명>(세계일보), <평택 SPC 청년 노동자 사망사고>(경인일보), <산복빨래방-세탁비 대신 이야기를 받습니다>(부산일보), (G1) 등이었다.

최승영 기자협회보 편집국 차장대우.


대부분 보도는 이렇게 상을 받고 조용히 그냥 잊혀진다. 애초 책과 달리 뉴스의 수명은 짧은 법이지만 언론계만의 축하로 끝나고 마는 건 좀 다른 문제다. 99개의 좋은 기사가 있어도 언론에 대한 인상을 결정하는 건 1개의 나쁜 기사고, 나머지에 대해선 묵묵부답이다. 왜 이런 뉴스를 모르냐는 게 아니다. 독자가 세상 모든 뉴스를 알 필요는 없고 불가능하다. 고백하건대 뉴스 보는 걸 밥벌이로 하지만 수상작 발표 후 처음 알게 되는 뉴스가 매번 2편 이상씩은 있다. 그저 언론·기자에 대한 온당한 평가는 상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인정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비판 과잉 이면에 놓인 칭찬의 결핍이 아쉽다고 말하는 것이다.


사회 전반의 언론에 대한 인식을 안다. 세계 여느 국가를 압도하는 높은 부정적 인식으로 언론개혁의 열망을 드러내는 사회에서 정작 제 역할을 하는 언론·기자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다는 게 좀 의외로 느껴질 뿐이다. 엄정한 비판은 필요하지만 다른 쪽엔 싸잡혀 ‘기레기’ 소리를 들으면서도 제 역할을 다하는 언론과 기자들이 분명히 많다는 것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 혹 의심이 된다면 매달 기자상 수상자가 작성해 기자협회보 신문, 홈페이지에 게재되는 ‘기사상 후기’를 추천한다. ‘발로 뛰어 CCTV 영상, 등기부등본을 구하고’ ‘잠입을 하고’ ‘제보자를 설득하는’ 과정을 보면 ‘왜 이렇게까지 할까’ 싶어지곤 한다. 거의 모든 중요한 일은 뉴스가 되고 그 뉴스는 기자가 내놓는다. 엄밀히 말해 직업인이 자기 일을 열심히 했다고 칭찬을 들을 이유는 없다. 단지 그 일은 우리 삶과 어떻게든 연관이 있으니 그 일을 하는 이들을 냉소나 회의가 아니라 진짜 관심을 갖고 봐달라는 게 전부다. 그렇게 되면 새해엔 정말 달라진 언론을 볼 수도 있지 않을까. 2022년 연말 바람과 희망을 담아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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