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 (91) 솔숲의 하늘, 날이 저물도록 올려다 봤습니다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오승현(서울경제), 김혜윤(한겨레), 안은나(뉴스1), 김태형(매일신문), 김진수(광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청도 운문사 입구 노송들이 하늘을 덮었습니다. 저마다 키높이 경쟁을 하면서도 한 뼘 거리를 두고 하늘을 나눠 가졌습니다. 덩치가 크다고, 키 작은 나무라고, 함부로 하늘을 가리는 법이 없습니다.


‘나뭇잎은 다른 잎을 만나면 서로 닿지 않게 기피하며 생장을 멈춘다.’ 연구 끝에 학자들은 놀라운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른바 ‘수관기피(樹冠忌避).’ 나무는 줄기와 잎이 뚜렷한 영역과 경계선 안에서만 성장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유는 생존 때문이었습니다. 병해충 감염을 피하려 방어기제로 거리를 두는 자연의 평화협정이었습니다.


벌써 3년째. 마스크에 거리두기에 돌아보면 참으로 힘든 나날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코로나19는 좀체 가시질 않습니다. 보이지도 않는, 티끌만도 못한 바이러스가 이렇게 무서울줄 몰랐습니다.


백신도, 마스크도 없는데 노송은 수 백년을 한 자리서 저리도 푸르게 자라고 있습니다. 사이좋게 나눠 가진 솔숲의 하늘. 날이 저물도록 올려다 봤습니다.

김태형 매일신문 기자(매일아카이빙센터장)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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