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 보도엔 유독 'OO'이 없다?

주로 금전피해·폭력성 부각
파업 뇌관인 기사들 '안전' 조명은 드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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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가 파업에 들어간 지 2주째다. 화물연대는 지난달 24일 △안전운임 제도 개악 저지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안전운임제 차종·품목 확대 등 크게 세 가지 요구안을 내걸고 ‘무기한 전면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번 파업엔 사실 ‘예고편’이 있었다. 반년 전인 지난 6월 화물연대는 역시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을 요구하며 8일간 파업을 벌였다. 당시 파업이 그나마 단기로 끝난 건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가 화물연대와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컨테이너, 시멘트)를 연장 등 지속 추진”하고 “안전운임제의 품목확대 등과 관련해서 논의”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 총파업이 12일째 이어지던 지난 5일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 파업에 참여한 화물차가 멈춰 서 있다. 이 화물차들이 멈춰 선 것은 단지 화물연대 소속 기사들의 ‘이기심’ 때문일까. /뉴시스


그러나 당시 합의를 두고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보수지와 경제지에서도 제기됐다. 동아일보는 지난 6월14일 “이번에 안전운임제 일몰이 연장됐더라도 이는 미봉책일 뿐 추후 안전운임제 일몰이 종료되는 시점에 비슷한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3년 시행으로 일몰 종료(12월31일)를 한 달여 앞둔 지난달 14일 화물연대는 총파업을 선포했다. 그리고 8일 뒤, 정부와 국민의힘은 당정협의회를 거쳐 “안전운임제의 일몰을 3년 연장하여 추진하되 품목 확대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지난 6월 합의 사항 중 하나인 “품목확대 등”과 관련해 제대로 된 “논의”는 생략한 채 안전운임제 일몰만 3년간 유예한다는 게 정부가 내린 결정이었다. 다시 동아일보 보도를 빌려 보면 이번 파업이 어떤 식으로 봉합되더라도 3년 후 “비슷한 사태가 반복될 수 있”는 셈이다.


이 때문일까. 파업 직전까지만 해도 상당수 언론이 파업 재개에 정부와 정치권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막상 파업이 시작되자 분위기는 바뀌었다. 파업 당일 윤석열 대통령이 페이스북을 통해 “업무개시명령을 포함하여 여러 대책들을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일부 언론은 바로 다음 날부터 주저 없이 카드를 빼 들라고 주문했다. 이후 언론 보도 양상은 여느 노조 파업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불법 파업’이라는 낙인,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정부의 반복된 입장 천명, ‘물류 차질’ 및 ‘조(兆)’ 단위의 경제 피해 규모 등이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운송거부에 동참하지 않은 화물차를 향한 쇠구슬 투척과 공개 협박 현수막 등 화물연대의 폭력성을 강조하는 기사들도 인터넷에서 주목을 받았다.


파업으로 물류가 멈추는 ‘현상’이 발생했고, 이로 인한 산업의 피해가 크다면 언론은 당연히 보도해야 한다. 문제는 객관적인 근거와 균형을 갖췄느냐 하는 점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빅카인즈에서 지난 6~11월 ‘안전운임제’로 기사 검색을 해보니 총 3474건으로 나타났는데, 그중 84.3%(2929건)가 파업이 있었던 6월과 11월에 집중됐다. 안전운임제 논의를 위해 여야가 꾸린 민생경제특별위원회가 성과 없이 종료되고 품목 확대 논의도 진전이 없던 지난 7~10월 보도된 기사는 545건에 불과했다. 안전운임제가 연말 파업의 뇌관이 될 것을 짐작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파업 이전까지의 상황을 충분히 감시하지 못하고 파업 이후의 현상 ‘중계’만 집중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상당수 언론이 정부와 물류·운송업계 등 기업들이 내는 자료에 근거해 보도하는데, 정확한 검증이나 분석 없이 단순 전달하는 예도 많다. 가령 안전운임제의 교통 안전 개선 효과가 불분명해 확대 요구의 타당성이 없다는 국토부 등의 주장을 전하는 언론 보도가 그렇다. 제도 시행 기간이 짧고, 안전운임제를 적용받는 화물차(시멘트·컨테이너) 비율이 전체 사업용 화물차의 약 6%에 불과해 효과 역시 미미해 보일 수밖에 없다는 한계는 대체로 언급되지 않는다. 화물차주들을 직접 조사해 근로여건 및 삶의 질이 개선됐음을 보여준 한국안전운임연구단의 보고서처럼 안전운임제의 성과를 보여주는 지표도 다수 언론은 주목하지 않는다.


화물차 기사들을 직접 취재해 쓴 기사는 더더욱 찾아보기 힘들다. 안전운임제가 왜 중요한지, 차주들이 왜 파업에 나섰는지 그 속사정을 들여다본 기사는 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화물연대’라는 ‘집단’의 요구와 구호 안에 뭉뚱그려지곤 한다. 화물연대 파업 직전에 나온 시사IN의 ‘화물차를 쉬게 하라’ 보도가 주목을 받은 건 그런 배경에서다. 시사IN은 지난 10월 화물차 기사의 24시간을 동행 취재해 통계나 보고서가 보여주지 못하는 화물차 운전자들의 ‘초(超)장시간 불규칙 노동’ 현실을 전면에 드러냈다. 이 기획은 올봄, 화물연대 파업과 관계없이 시작됐는데, 화물시장의 구조적 모순을 데이터와 현장 취재로 세세히 드러내고 안전운임제 등 해법 논의와 함께 사회 구성원들이 분담할 비용 등 책임의 문제를 제시해 공감을 샀다.


이번 기획을 지휘한 변진경 시사IN 경제팀장은 6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가 주최한 긴급 토론회 ‘파업보도에 담아야 할 진실’에 참석해 국제노동기구(ILO)의 ‘책임의 사슬 원칙’을 강조했다. 이는 화주·운수사·차주 등 당사자들이 서로의 안전을 위한 책임을 사슬처럼 진다는 원칙인데, 변 팀장은 “여기에 정부는 물론, 시민과 언론도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밥값도 기름값도 모두 오르는데 택배비는 왜 안 오르지? 이런 생각 안 해봤나. 화주사는 최고 매출을 경신하는데, 소비자가 부담하는 택배비가 그대로라면 손해가 어딘가로 간다는 의미”라며 “그 손해를 겪는 사람이 어떤 노동조건에서 일하고 우리 일상을 어떻게 위협할 수 있는지 그 근본을 놓치면 (파업 보도가) 경마식, 중계식 보도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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