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다 타벨>은 19세기 후반부터 1940년대에 걸쳐 활약한 미국의 여성 저널리스트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Ida Minerva Tarbell, 1857~1944)을 다룬다. 교도통신 기자로 일했던 코가 준이치로 일본 이바라키대학 명예교수의 책을 한국어로 번역했다. 저자는 타벨의 자서전을 비롯해 타벨의 업적과 삶을 다룬 서적, 논문 등을 광범위하게 조사해 타벨이라는 인물과 타벨의 역작 <스탠더드오일의 역사(The history of the Standard Oil Company)>를 분석했다.
타벨은 국내와 달리 서구 사회에서 널리 알려진 유명 인사다. 미국과 영국에서 아동을 위한 타벨 위인전이 다수 출간됐고, 탐사보도의 대가 스티브 와인버그 등이 저널리스트 타벨을 조명한 관련 서적을 꾸준히 발간했다. 타벨의 모교인 알레게니 대학은 타벨의 업적을 집대성해 전용 사이트도 만들었다.
타벨은 대학 졸업 후 2년간의 교사 생활, 당시 유행했던 샤토카(성인사회교육운동), 파리 유학 시절 등을 거치며 저널리즘의 길로 들어섰다. 샤토카 운동을 홍보하기 위한 잡지 샤토칸에서 편집과 취재, 기사 쓰기를 배웠고, 유학 시절엔 신문과 잡지에 파리 이야기를 기고하며 생활비를 벌었다.
타벨이 12년간 근무하며 명성을 얻은 맥클루어스 매거진과의 인연도 파리에서 맺어졌다. 타벨은 기사에 흥미를 보일 것 같은 언론사에 무작정 투고했는데, 뉴욕의 맥클루어스 매거진도 한 곳이었다. 처음에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맥클루어스 매거진은 타벨의 필력을 인정했고, 오너인 사무엘 시드니 맥클루어가 파리까지 직접 찾아왔다. 타벨은 맥클루어 요청으로 루이 파스퇴르, 알퐁스 도데, 에밀 졸라, 알렉상드르 뒤마 등 유명 지식인들을 만나 직접 인터뷰하며 저널리스트로 성장해 갔다.
1894년 9월, 3년 만에 파리에서 귀국한 타벨은 맥클루어스 매거진에 입사해 기자로 두각을 나타냈다. 나폴레옹 전기에 이어 링컨 전기를 4년 동안 연재하며 취재 능력을 키우고 풍부한 인맥을 쌓아갔다. 그 과정에서 구축한 미국 내 인맥은 타벨의 인생을 바꾸는 큰 전환점이 됐다. 훌륭한 기사의 탄생 배경엔 링컨 스태펀스, 레이 스태너드 베이커 등 뛰어난 동료들이 있었다. “걸출한 시대감각을 갖추고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며 능숙하게 지원해 준 것이 당시 편집진이다. 이들의 지원이 없었다면 전기는 좀 다른 내용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504쪽 분량의 책은 절반가량을 타벨의 역작 <스탠더드오일의 역사>에 할애한다. 저자인 코가 교수는 <스탠더드오일의 역사>가 어떤 과정을 거쳐 집필됐으며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설명하며 타벨 탐사보도의 원류를 톺아본다. <스탠더드오일의 역사>는 타벨이 1902년 11월부터 1904년 10월까지 2년 동안 맥클루어스 매거진에 연재한 스탠더드오일 관련 기사를 모아 1904년 단행본 2권으로 출간한 책이다. 1999년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20세기 저널리즘 분야의 대표도서 100권 중 5위로 뽑혔다.
타벨은 미국 석유시장의 90% 이상을 독점하고 있던 존 D. 록펠러의 스탠더드오일을 추적해 리베이트, 스파이 행위, 약탈적인 판매경쟁 등 록펠러의 탈법적인 경영기법과 그 세세한 내용을 폭로했다. 인터넷 검색 등 문명의 이기가 전혀 없던 그 시절, 타벨은 연방정부와 주정부 자료, 록펠러와 스탠더드오일에 관한 재판기록, 신문과 잡지 등의 공개 정보를 철저하게 수집하고 치밀하게 분석했다. 그리고 이들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수많은 관련 인물과 정보원을 수소문하고 직접 만나 취재에 취재를 거듭했다.
제26대 미국 대통령 시어도어 루즈벨트는 스탠더드오일에 대한 타벨의 연재기사를 애독하고 지지하는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옮긴이인 정수영 언론학 박사는 “100여 년 전 타벨의 실천에서 발견할 수 있는 저널리즘의 본질은 좋은 사회를 지향하는 열정, 저널리스트로서의 소명의식과 핵심을 꿰뚫어 보는 문제의식, 부조리한 현실과 모순에 대한 건강한 분노, 인간에 대한 예의와 진정성 등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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