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호주 미디어 다양성 보고서 살펴보니

[글로벌 리포트 | 호주] 이지영 호주 캔버라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이지영 호주 캔버라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호주 Media Diversity Australia (MDA)가 2022년 미디어 다양성 보고서를 발표했다. 2017년 호주 언론인들이 설립한 이 단체는 호주 언론인의 다양성에 관한 보고서 ‘누가 호주 이야기를 할 수 있는가?(Who Gets to Tell Australian Stories?)’를 발간해왔다. 2020년 이후 2년 만에 발간된 MDA 보고서는 올해 6월1일부터 14일까지 103개의 뉴스 방송 프로그램에 등장한 언론인들의 연령별, 성별, 문화적 배경에 따른 다양성 분포를 분석했다.


언론인들의 문화적 배경에 따른 분포를 살펴보면 78%가 앵글로 색슨계 출신이었으며, 10.4%는 유럽 출신, 6.1%는 비유럽 출신, 5.4%는 호주 원주민 혈통 출신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앵글로 색슨계 출신 언론인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2019년과 비교해 앵글로 색슨계 출신 언론인 비율은 약간 증가한 반면(+2.2%) 유럽 출신 언론인 비율(-9%)이 상당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상업방송에서 두드러졌는데, 호주의 대표적 상업방송 세븐네트워크(Seven Network)의 경우 무려 91.6%가 앵글로 색슨계 출신 언론인이었으며, 이는 2020년과 비교해 20%포인트가량 증가한 수치이다. 비유럽 출신 언론인은 1%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방송사가 미디어 다양성에 있어 마이너스 성적표를 받은 가운데, 호주의 다문화 공영방송 SBS(Special Broadcasting Service)는 유일하게 비앵글로 색슨계 언론인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0.7%가 비유럽계 출신이었으며, 앵글로 색슨계 언론인은 17%, 유럽계 언론인 12%였다. 한편 호주 대표 공영방송 ABC의 경우 앵글로 색슨계 언론인들의 증가가 두드러졌는데, 2020년 대비 17%포인트 증가하면서 74%를 기록하였다. 더불어 비유럽계 언론인들의 비율 또한 두 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16.8%). 이민자와 다문화 배경 출신 시청자가 타깃인 SBS를 제외한 공영, 상업방송사의 주요 뉴스 프로그램의 경우, 앵글로 색슨계 백인성이 상당히 두드러진다.


이 보고서는 언론인 331명의 설문조사 결과를 포함하고 있는데, 마찬가지로 언론인들의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인식 또한 긍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 이상의 응답자(52%)가 호주 뉴스 프로그램의 다양한 문화적 대표성에 부정적으로 응답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주류 문화적 배경의 언론인들이 부딪히는 장벽 또한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문화 출신 배경의 언론인들은 미디어 산업 내 커리어 장벽을 경험하며(77%), 출신배경 때문에 인사에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72%)고 인식했다. 비 주류문화권 출신 언론인의 커리어 장벽에 대한 인식은 여성 언론인 사이에 더 높게 나타났다. 여성 언론인 84%가 출신 문화적 배경으로 인해 승진에 장벽이 있다고 응답했는데 남성 언론인의 경우 71%가 그렇다고 응답해 다소 차이를 보였다.


2021년 호주 센서스에 따르면, 호주 인구의 절반가량이 이민 1세대 혹은 2세대이다. 호주 사회구성원의 문화적 다양성은 날로 높아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언론인 다양성 보고서 결과는 다소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다. 호주의 언론계 또한 우려하는 목소리다. 미디어 다양성을 핵심 가치로 삼고 있는 대부분 호주 주요 방송사들에게 이번 미디어 다양성 성적표는 다소 부끄러운 수준이다. 이번 조사가 방송 뉴스 및 시사프로그램에 국한되어 있어 호주의 미디어 환경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지난 몇 년 지속적인 쇠퇴기를 겪고 있는 전통적 뉴스산업에 주는 메시지는 다소 분명해 보인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과 더불어, 점점 더 문화적으로 다양해지는 호주 사회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수용자들이 호주 언론에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다양한 문화적 배경 출신의 언론인들은 분명 호주 언론계의 중요한 재원 중의 하나일 것이다.

이지영 호주 캔버라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