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핵무기 보유국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이용한 선제공격 가능성을 시사한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하고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발사 성공에 대한 대응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북핵대응특위를 구성하고 지난 26일 첫 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특위 위원장인 3성 장군 출신의 한기호 의원은 “현재까지 추진한 비핵화 정책은 모든 게 다 실패했고, 이제는 비핵화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며 “핵 공유, 핵 재배치, 핵 개발 자체도 특위 내부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박정희 정권 때처럼 비밀리에 자체적인 핵개발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도 이런 ‘감상적 민족주의’ 흐름에 숟가락을 얹고 있다.
한국이 핵무기를 가질 수 있는 경로는 두 가지다. 하나는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외부에서 들여오는 것이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방법은 이미 시행 중이다. 미국의 확장억제가 바로 외부 핵무기를 한국에 전개하는 방식이다.
이름도 생소한 다양한 전폭기와 핵 항공모함, 잠수함 등 한국에 들어와 한국군과 합동훈련을 하는 대부분의 미군 무기들은 이른바 ‘전략자산’으로 분류되며 적에 대한 핵공격이 가능하도록 준비돼 있다.
최근 미군이 다양한 전략자산을 아낌없이 한반도에 전개하는 이유도 사실 ‘당신들 뒤에는 우리가 있으니 겁 먹지 말라’는 신호에 다름 아니다.
남은 카드는 독자개발이다. 과연 가능한 카드일까. 국제사회는 이른바 P5를 제외하고 핵무기를 제조 보유할 수 없도록 핵확산금지조약(NPT)을 만들어 놓고 있다. 이 밖으로 나가면 다양한 징벌이 기다린다.
NPT 밖에서 핵무기를 만든 대표적인 나라들이 인도, 파키스탄, 북한 등이다. 이들 나라는 국제사회의 제재에 직면했다. 무역으로 먹고 살면서 세계 10위 안에 드는 경제대국이 견딜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자력갱생에 익숙한 북한이 아니라면.
몰래 만드는 것은 가능한가. 아직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 2022년 한국의 대안이 될 수 없다.
2004년의 일이다. 이른바 ‘남핵’문제가 터졌다. 과거 원자력연구원이 과학적 호기심 차원에서 우라늄 분리 실험을 하고 농축된 우라늄과 관련 장비 등을 실험 직후 모두 폐기한 사실을 IAEA에 신고하면서 국제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여기에다 1982년 4~5월께 한국원자력연구소가 공릉동 연구용 원자로에서 핵연료인 플루토늄을 극미량 추출했던 연료봉 화학실험 사실까지 덧붙여졌다.
이때 존 볼턴 국무차관을 비롯한 미국의 강경파들은 한국을 마치 북한 대하듯 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를 주장했다. 당시 정부는 ‘원자력기술통제센터’ 설치 등을 약속하는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 넘어설 수 있었다.
과연 한국의 핵무기 개발은 북한을 이유로 국제사회로부터 예외적 용인을 받을 수 있을까. 대만, 일본을 비롯해 눈앞의 적과 대치하는 모든 국가들에게 핵보유를 허용해야 하는 게 가능할까.
한국의 핵보유 주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확장억제를 반복적으로 답하는 미국 고위관료들의 속생각이 무엇일까. 말 속에 답이 있다.
장용훈 연합뉴스 한반도콘텐츠 기획부장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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