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취재 자유로운 반면, 카타르 행정·서비스 취재는 막더라"

월드컵 취재 기자들의 카타르 현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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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에서 한국대표팀이 가나에 2-3으로 아깝게 패했다. 한국은 다음달 2일 밤 12시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포르투갈과 3차전을 치른다. 이번 2차전 패배로 힘들어할 선수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이해하는 사람들은 카타르 현지에서 대표팀을 가까이 지켜본 기자들이다.


이날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가나와의 경기를 취재한 송지훈 중앙일보 기자는 이기기 위해 마지막까지 몸을 던진 우리 팀 선수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송 기자는 “가나는 조직력 등 우리가 가진 장점으로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였다”며 “16강에 진출하기 위해 승점을 반드시 가져와야 하는 경기였기 때문에 패배에 격하게 아쉬워하는 선수들의 심정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상대인 포르투갈은 제가 현장에서 직접 확인한 바로도 H조에서 가장 경쟁력이 뛰어난 팀”이라면서 “우리 선수들이 16강 진출에 실패하더라도 가나 전에서 보여준 그 투지를 기억해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21일 2022 카타르 월드컵이 개막한 가운데 국내 기자들도 현지에서 월드컵 현장을 취재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8일 카타르 알라리얀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H조 2차전 대한민국-가나 경기에서 한국의 조규성이 동점골을 넣고 있는 모습. /뉴시스


이란 선수들의 국가 제창 거부, 국제축구연맹(FIFA)의 무지개 완장(성소수자 차별 금지 상징) 착용 경고 조치에 입을 가린 채 단체사진을 찍은 독일 대표팀 등 카타르 월드컵은 경기 내용 외에도 다양한 이슈가 터져 나왔다. 사상 처음으로 중동·아랍 국가에서 열린 이번 월드컵은 이주 노동자 인권탄압 문제, 경기장 내 금주 등 이슬람 율법에 따른 엄격한 대회 규정으로 개막 전부터 여러 이목이 쏠리던 터였다.


기자들은 카타르 현지 취재 환경은 대체로 자유롭지만, 인권이나 카타르 정부와 관련된 문제만큼은 취재가 쉽지 않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SBS는 스포츠국 기자들 외에도 디지털탐사제작부 소속인 김혜민 기자를 파견해 응원단, 카타르 문화 등에 대한 취재를 이어오고 있다. 김혜민 SBS 기자는 “월드컵이라는 세계적 축제를 취재하러 온 기자들을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카타르의 행정이나 서비스를 지적하는 취재를 할 땐 아예 접근조차 하지 못하게 막고 있다”며 “팬 빌리지 숙소의 문제점을 취재하러 카라반 시티 진입을 시도했는데, 기자라는 이유로 입구에서부터 이유 없이 출입을 금지당했다. 이주 노동자들의 처우와 관련된 인터뷰를 하기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 14일 대표팀과 함께 카타르에 도착해 취재를 이어오고 있는 김혜윤 한겨레 기자는 메인 미디어센터에 여성 출입구, 남성 출입구가 나뉘어 있는 걸 보며 아랍 국가에서 열리는 월드컵을 몸소 느끼고 있다. 김 기자는 “훈련장과 경기장에 들어갈 때도 여성 보안관이 있는 통로로 저를 안내해 중동국가에 오긴 왔구나 싶었다”며 “다래끼가 나서 하마드 병원 응급실에 갔는데 여기도 여성·남성 출입구가 따로 있고 수납창구, 치료실도 성별에 따라 나뉘어 있었다. 남성 의사가 제 눈에 손을 안대고 진료를 보는 상황을 체험했다”고 말했다.


남아공·브라질·러시아 등 과거 여러 월드컵 현장을 취재해 온 기자들은 상대적으로 경기장 간 거리가 짧아 이동만큼은 수월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13일 우루과이 대표팀 공개 훈련과 가나 평가전이 예정됐던 아부다비에서부터 카타르 월드컵 취재를 시작한 박선우 KBS 기자는 “남아공, 브라질, 러시아 등 광활한 국토에서 월드컵이 열릴 땐 도시마다 비행기로 이동하다보니 짐을 싸고 장비를 부치는 것도 힘들었다. 이번엔 다 모여 있어 다른 조 경기도 현장에 직접 가서 볼 수 있게 됐고, 오늘(27일)도 일본-코스타리카 경기를 다녀왔다”며 “다만 다 인근에 있어 취재 범위가 예전보다 더 늘어나 일도 많아졌다는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한국이 16강에 진출하기 위해선 강팀인 포르투갈을 상대로 이겨야만 하는 힘든 과정이 남아있다. 16강 진출 가능성은 희박해졌지만 기자들은 이번 월드컵을 통해 대표팀의 실력 향상과 선수들의 투지를 확인했다. 박선우 기자는 “그동안 고집이 세다는 평가를 받았던 벤투 감독의 빌드업 축구가 강팀을 상대로 통하는 장면을 보며 한국 축구가 한 단계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혜윤 기자는 “뷰파인더 너머로 주로 공을 잡은 선수를 보는데 선수들이 이 악물고 뛰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 받았다”며 “혹시라도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누구 한 명의 잘못이 아닌 상대편의 능력이, 전술이 더 좋았던 거라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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