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신문사가 자사 매체 구독료를 기자 개개인의 월급에서 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들이 자기 부담으로 소속매체 신문을 보는 일은 자주 있지만 본인 의사와 무관한 강제 ‘구독’은 주요 신문사 그룹에서도 대세인 경우는 아니다.
28일 본보가 12개 주요 신문사 기자, 노동조합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상당수 경제지에서 신문 등에 대한 1부 구독료가 기자 월급에서 매달 공제되고 있었다. 한국경제에선 ‘신문과 잡지’가 함께 오는 상품에 대해 월간 2만원, 매일경제에선 유사한 패키지에 매달 2만500원이 기자들 월급에서 공제되고 있다. 아시아경제에서도 기자들이 1부 구독 가격인 월 2만원을 관례적으로 부담하며 신문을 구독 중이다. 특히 한경 기자들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매달 2만7000원을 지불해 왔다. 일반 독자들은 할인 혜택으로 같은 상품을 2만원에 볼 수 있었던 만큼 기자들이 오히려 불리한 조건으로 구독을 해온 셈이었다.
기자들이 소속 매체 신문을 돈 내고 보는 일이 낯설진 않다. 출입처나 회사에서 손쉽게 신문을 접할 수 있음에도 ‘스스로 만든 상품을 어떻게 안 볼 수 있냐’는 분위기, 업계 전반의 침체 가운데 ‘나라도 몇 부 봐줘야지’란 생각으로 자신이나 부모님댁, 친구집에 자기 부담으로 신문을 보내는 일은 흔하다. 실제 조선일보, 동아일보,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서울신문, 국민일보 등 다수 신문사 기자들이 이런 분위기 속에서 개인 의사에 따라 신문을 구독하고 있다. 종합일간지 한 기자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신문 안 보는 기자들을 체크해서 부서장에게 구독 좀 시키라는 말이 오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런 분위긴 아니다”라며 “유가부수가 워낙 줄다보니 ‘그래도 봐줘야지’란 기자들이 많이 있지만 기본적으론 자기 마음이다. ‘돈은 낼 텐데 신문 쌓이니까 집으로 보내지 말라’는 기자도 있다”고 했다.
몇몇 신문사는 ‘1부’에 대해선 기자들에게 무료로 신문을 보내주기도 한다. 한국일보와 서울경제가 대표적이다. 중앙일보에선 복지 차원에서 제공되는 ‘패밀리포인트’로 신문을 보는 기자들이 많다. 메가박스, 휘닉스파크 등 문화레저 계열사 이용권과 신문 구독이 패키지로 꾸려진 상품을 포인트에서 차감해 이용하는 식이다. 신문사 한 노조위원장은 “업계 전반이 침체된 상황에서 회사도 기자들에게 일부 기댈 수 있고 그 정도 공감대는 상호 간에 있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른 건데 복지 차원에서 그냥 줄 수도 있는 걸 선택지 자체를 안주고 월급에서 깐다는 게 저로선 너무나 일방적이고 기분 나쁠 수밖에 없는 방식이라고 생각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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