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오승현(서울경제), 김혜윤(한겨레), 안은나(뉴스1), 김태형(매일신문), 김진수(광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무지개는 비가 그친 다음 공기 중에 남아있는 물방울이 햇빛과 만나 생길 수 있다. 연중 비가 내리지 않는 중동 하늘에 무지개가 모습을 드러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카타르에 무지개가 겨우 피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지난 25일 조별리그 2차전부터 ‘성소수자 차별 금지’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무지개 모자와 깃발 등을 경기장에 들고 올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조별리그 D조 2차전 프랑스와 덴마크 경기에서 무지개를 찾는 일이 내겐 골 세리머니만큼 중요했다. 누군가를 국제대회에서 차별하는 일은 있어선 안되기 때문에. 경기장을 몇 바퀴 돌았지만 휘날리는 무지개도, 열심히 응원하는 무지개도 보이지 않았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무지개는 내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무지개가 결국 피지 않았나?’하며 포기하던 찰나, 관중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뜨자 작은 무지개가 내게 인사했다. 무지개 옆 유니폼과도 인사를 나눴다. 유니폼 제작사 험멜과 덴마크 축구협회 로고 색이 유니폼 색과 같아 두 로고가 잘 보이지 않는다. 이는 이번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사망한 외국인 노동자들을 기리기 위한 험멜과 덴마크 축구협회의 애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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