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영상사설… 디지털 논설실, 깊이는 그대로 재미는 두배로

[지금, 논설실은 디지털로 소통 중]
중앙·한겨레, 콘텐츠 강화 TF 구성
전담 인력 충원하고 세대맞춤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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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9월30일 연재 100회를 맞은 ‘논썰’은 한겨레신문 영상 브랜드인 한겨레TV의 장수 코너로 자리매김했다. 논설위원 4명이 돌아가며 주요 현안에 대한 시각·분석을 전하는 논썰은 한겨레 논설위원실에서 내놓는 영상 콘텐츠다. 지난 2020년 6월 첫 선을 보인 이후 매주 한번 영상을 올리는데 지난달부터 유튜브 숏츠 채널을 개설, 논썰의 핵심 내용을 숏폼 형식으로 요약해 전하는 등 다양한 변주를 시도하고 있다.


#2. 중앙일보 유튜브 채널은 논설위원들의 참여하는 콘텐츠가 주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석만, 강찬호 논설위원이 각각 출연하는 ‘뉴스뻥’, ‘투머치토커’와 더불어 지난 6월엔 중앙일보 논설실에서 론칭한 ‘영상 사설’이 나왔다. 영상 콘텐츠 외에도 중앙일보 논설실은 사설을 웹툰과 카드뉴스 형식으로 재구성한 ‘그림 사설’을 지난 5월 내놓기도 했다. 이들 콘텐츠는 논설실 소셜미디어 계정인 ‘앙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채널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


중앙일보 논설실, 한겨레 논설위원실의 콘텐츠는 더 이상 지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논평, 사설, 칼럼 등 논설위원들만이 내놓을 수 있는 오피니언 콘텐츠를 디지털로 가공, 독자들에게 다가가고 있어 주목된다.


다른 신문사들도 논설위원실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한국일보는 논설위원 인터뷰 코너를 영상으로 함께 풀어내는 방식을 시도했지만, 전담 디지털 인력 부족 등 여러 여건을 이유로 현재 중단된 상태다. 한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1년 반 전부터 한겨레TV 모델 같은 여러 아이디어는 나왔지만 일단 현재 논설위원 인원으로는 할 수 없고, 자체 PD도 배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접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겨레·중앙일보의 경우, 별도 TF를 구성해 논설실 콘텐츠 강화 방안을 논의했고, 영상 PD·인턴 기자 등 디지털 콘텐츠 제작을 전담하는 인력을 따로 두고 있다는 게 공통적이다.


한겨레는 지난 2020년 4월 안재승 당시 논설위원실장의 주도로 논설위원 4명으로 구성된 ‘논설위원실 콘텐츠 강화 TF’를 만들었다. 디지털 전환 강화라는 뉴스룸 전체의 목표가 세워진 시점이었고, 변화에 맞춰 논설위원의 업무와 역할도 확대돼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한 달 간의 TF 과정에서 ‘논썰’이라는 결과물이 나왔고, 디지털영상국에 협조를 요청해 전담 PD 1명이 배정됐다.


논썰의 연출·제작을 전담하는 조소영 한겨레 PD는 “매주 화요일 저녁 회의에서 논썰 주제가 정해지면 담당 논설위원은 목요일 오전 촬영까지 하루 안에 원고지 40~50매 정도의 원고를 작성한다”며 “매주 이렇게 좋은 원고를 계속 낼 수 있는 건 논설위원실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일보의 ‘영상 사설’과 ‘그림 사설’ 아이디어는 올해 봄 이정민 당시 논설실장을 팀장으로, 2030세대 기자들과 논설위원들이 참여하는 TF를 통해 나왔다. 그간 중앙일보는 ‘논설위원이 간다’, ‘직격인터뷰’처럼 논설위원의 현장 취재 코너를 신설하고, 오피니언면을 대폭 늘리는 등 논설실 콘텐츠 다양화를 선제적으로 시도한 곳이기도 하다. 이번 논설실 디지털 콘텐츠 제작을 위해 인턴 기자 1명을 추가로 채용했고, 프리랜서를 고용했다.


이정민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는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논설위원들의 심층 취재물을 실험적으로 시도했는데 반응은 성공적이었고, 독자들이 그런 기사를 소구한다는 걸 확인했다”면서 “가장 핫한 쟁점을 다루고, 깊이 있는 맥락이 담겨 신문사의 중요한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데 공들여 만든 사설과 칼럼이 디지털에서는 소비가 덜 된다는 내부의 고민이 있어 유통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에 입각해 신문사만의 색깔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논평 영역을 “영상의 형식으로 개척”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시도는 의미가 있다. 김영희 한겨레 논설위원실장은 “논썰은 내부에서 소위 ‘가성비’ 높은 콘텐츠로 여겨진다. 영상으로 논설위원들이 논평하는 시장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찾는 사람들이 나름대로 있다”며 “논썰을 통해 새로 유입되는 구독자 비율도 꽤 된다”고 말했다. 안재승 한겨레 상무 또한 “기존 콘텐츠를 영상으로 재가공해 좋은 반응을 얻은 논썰 사례를 보고 편집국에서도 전담 영상 PD 인력을 경력 채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도 텍스트 콘텐츠에선 볼 수 없던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확인했다. 이정민 칼럼니스트는 “포털 반응은 텍스트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텍스트 사설은 포털 노출 빈도가 낮아 클릭수도 낮고, 반응 또한 없었는데 영상 사설은 무엇보다 댓글이 많이 달린다”며 “그림 사설은 20~40대를 공략 대상으로 삼았는데 목표에 맞는 독자층이 생겼다는 성과도 있다. 퀄리티 높은 사설이 한 번 읽고 버려지는 게 아니라 디지털 형태의 사설로 나간 이후 다시 읽어보는 비율이 많아진 점도 고무적”이라고 했다.


논설실 콘텐츠 다양화를 위해선 논설위원들의 역할 확대와 함께 인력 확충도 필요해 보인다. 현재 한겨레 논설위원 수는 10명이고, 중앙일보는 20명이다. 중앙일보의 경우 타 신문사보다 많으면 두 배 정도의 인원이 논설위원으로 포진돼 있다. 그림 사설, 영상 사설은 논설위원이 각각 1명씩 담당하고 있고, 디지털 칼럼 시리즈 ‘나는 고발한다’의 경우 논설위원 2명이 이슈 선정과 필진 섭외 등을 전담하고 있다.


영상 사설에 출연하고 있는 윤석만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디지털 인력으로만 따진다면 다른 신문사보다 저희가 많이 앞서 있는 건 사실이지만, 신문과 방송의 경계가 허물어진 상황에서 영상 인력에 대한 역량을 좀 더 쏟아야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에 해왔던 일 외에 새로운 걸 시도하는 과정에선 ‘해야 한다’라는 의무감보다 ‘이걸 내가 하면 재미있게 해볼 수 있겠는데’라는 동기가 있어야 더 잘 될 것”이라며 “저와 강찬호 논설위원이 카메라 앞에서 얘기하는 걸 좋아한다는 특성이 있어 잘 살릴 수 있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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