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은 눈치 보지 말자

[이슈 인사이드 | 스포츠] 김용일 스포츠서울 기자

김용일 스포츠서울 기자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세계 최고 축구 축제인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이 지난 20일 카타르 도하 땅에서 막을 올렸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은 1930년 우루과이 초대 대회 이후 22번째이자 중동 국가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월드컵이다. 열사의 땅 중동 한복판에서 열리는 대회답게 사상 첫 겨울월드컵(11~12월)으로 치러진다.


한국 축구는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10회 연속(통산 11회)으로 월드컵 본선에 올랐다. ‘월드컵 단골손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는 여전히 월드컵 무대에서 ‘언더독’이다. 그러다 보니 현장에서 각국 선수는 물론 협회 관계자, 취재진까지도 간간이 눈치 보고 움츠리는 일이 발생한다.


4년 전 러시아 월드컵 때 일이다. 우리나라는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독일을 2-0으로 꺾는 파란을 일으켰으나 앞선 두 경기(스웨덴·멕시코전)를 모두 져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당시 기자는 우리 경기뿐 아니라 상대국 훈련 캠프를 취재했다. 한국 대표팀은 훈련 때 취재진에게 초반 15분만 공개한 뒤 비공개로 전환한다. 첫 상대 스웨덴은 기자가 머문 닷새 동안 중요한 전술 훈련 외에 선수 개별 훈련, 미니게임까지 ‘통 크게’ 공개했다. 자연스럽게 팀 스타일과 선수 개개인 특성이 눈에 들어왔다. 큰 키를 앞세운 위협적인 세트피스 등 장점이 분명했지만, 롱볼 위주의 단조로운 공격 패턴이나 발이 느린 수비 등 단점도 또렷했다. 실제 경기에서 스웨덴은 훈련에서 본 수준의 축구를 구사했다. 손흥민 등 발 빠른 공격수가 즐비한 한국이 충분히 공략할 만했다. 그러나 매번 월드컵에서 ‘도전자 입장’인 한국은 실점하지 않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소극적으로 맞섰다. 결국 수비에서 실수가 나와 페널티킥 결승골을 허용하며 0-1로 패했다.


과거 유소년 축구를 담당하면서 독일, 잉글랜드 등 선진 리그 유스팀 경기를 현장에서 봤다. 우리나라 유소년 선수가 그들과 다른 게 있다면 기량보다 태도다. 유럽 유소년은 경기 중 공을 빼앗기면 맹렬하게 달려들어 다시 공을 탈취하려고 애쓴다. 그런데 우리 유소년은 실수가 나오면 벤치를 쳐다본다. 지도자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이렇게 ‘눈치 보는 환경’에서 자란 선수는 성인이 돼서도 실전에서 창의성이 떨어지고 소극적인 경기를 펼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팀 분위기로 이어진다.


월드컵처럼 메이저 대회에서 좋은 경기력을 발휘하려면 실수에 민감해하지 않는 팀 분위기를 만드는 게 우선이다. 유소년 시절부터 유럽 환경·시스템에서 성장한 주장 손흥민, 이강인 등이 동료에게 정보 제공뿐 아니라 자신감을 심어주는 역할을 더욱더 해야 하는 이유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태극전사들이 눈치 보지 않고 ‘미친 척’ 뛰는 모습을 보고 싶다. 게다가 역대 최장수 한국 축구 사령탑 파울루 벤투 감독과 4년을 함께해 온 믿음이 있다. 한국 축구는 이전처럼 갈팡질팡하지 않고 벤투 감독과 한 길을 걸었다. 어떠한 결과를 얻더라도 유의미한 오답 노트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축구가 한 걸음 더 거듭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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