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중동이 뜨거운 두 가지 이유

[언론 다시보기] 김원상 기후솔루션 커뮤니케이션 담당

김원상 기후솔루션 커뮤니케이션 담당

11월 동안 거대한 국제 이벤트가 두 개나 열린다. 하나는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이다. 명실상부 올림픽보다도 더 큰 지구촌 스포츠 축제다. 손흥민과 김민재를 필두로 한국이 역대 3번째 조별예선 통과가 가능할지 기대감에 부풀었다.


또 다른 이벤트는 지난 6일 시작해 2주차 진행 중인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다. 1995년을 시작으로 매년 개최해 올해 27번째다. 전 인류가 책임지고 협력해 해결해야 하는 기후위기를 유엔당사국과 기업, 시민사회가 모두 모여 협의하는 매우 중대한 자리다. 2015년 21번째 당사국총회에서 파리협정이 채택됐다.


두 이벤트엔 공통점이 있다. 먼저 중동에서 개최된다는 점이다. 월드컵은 카타르에서 열리며, 사상 첫 중동에서 열려 이 지역을 뜨겁게 달굴 예정이다. COP27은 이집트 시나이반도에 있는 휴양 도시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렸다. 올해는 아프리카를 비롯한 개발도상국이 기후변화로 입은 홍수, 가뭄 등 ‘손실과 피해’에 주요 경제국들이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 개발도상국들에 있는 석탄발전을 조기 폐쇄하도록 어떤 경제적 지원을 할 것인지 등이 중점적으로 논의된다.


또 다른 공통점은 두 이벤트 모두 화석연료 때문에 열린다는 사실이다. 카타르는 월드컵 유치 과정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관계자들에게 뇌물을 제공하면서 개최권을 따냈다. 막대한 검은돈의 배경은 검은 오일이었다. 오일머니를 앞세운 카타르는 내년 아시안컵, 내후년 23세 이하 아시안컵 개최권까지 연달아 따내며 축구 균형 발전을 흔든다는 비판을 받는다.


COP 역시 화석연료 때문에 열린다. 인간이 화석연료를 태워 에너지를 얻는 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가 기후변화의 주범이라는 사실은 명백하다. 화석연료에 대한 길고 과도한 의존과 집착으로 국제사회가 1년에 한 번씩 모이게 된 것이다. 중동 한쪽에서는 화석연료로 부정하게 유치된 월드컵이 준비되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부정한 화석연료 사슬을 어떻게 끊어낼지 토론하고 있다. 천연가스발 에너지 위기를 촉발한 러시아는 월드컵 진출권을 박탈당해 월드컵에선 볼 수 없다. 그러나 러시아 석유 기업인들은 신규 화석연료 사업을 도모하려고 COP27에서 로비를 벌이고 있다.


월드컵과 COP에는 아쉬운 차이점도 있다. 두 이벤트에 국내 미디어의 관심과 역할이 극명히 갈린다는 점이다. 월드컵은 큼직한 결과부터 사소한 해프닝까지 대중에 소개될 정도로 대부분의 언론이 달려든다. 반대로 COP27에는 국내 언론사들이 꽤 냉담한 편이다. 작년 COP보다도 더 적은 5개 언론사가 샤름엘셰이크에 기자를 파견했다. 이 언론사들마저도 현실적인 이유로 제한적인 인력과 자원을 COP27 취재에 투입했다. 주요 일간지에서 기후 분야를 취재하는 한 기자는 의욕적으로 회사에 출장을 요청했지만 결국 허락이 없었다는 이야기까지 전해왔다.


기후위기 대응이란 큰 담론 아래 인류 생존과 지속가능한 번영이라는 더 중요한 시사점이 다뤄지고 있는 COP 이야기는 시민들에게 풍성하게 전달되긴 요원하다. 유엔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지난 8일 COP27 정상회의 연설에서 “인류는 기후 지옥으로 가는 고속도로에서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라고 말했다. 인류가 브레이크 페달에 발을 올릴 수 있게 하는 데 중책을 맡을 주인공은 언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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