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 (87) 뱅크시가 다녀갔을까요?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오승현(서울경제), 김혜윤(한겨레), 안은나(뉴스1), 김태형(매일신문), 김진수(광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뱅크시(Banksy)로 알려진 영국의 그래피티 작가는 얼굴이나 이름을 공개하지 않은 채 사회 풍자적이며 파격적인 그래피티 작품을 남기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건물 벽, 지하도, 담벼락, 물탱크 등에 낙서처럼 그림을 그려놓고 사라지지만 ‘꽃다발을 던지는 남자(2003년)’나 ‘풍선과 소녀(2006년)’ 등 전쟁이나 폭력, 테러에 반대하는 등 세상의 부조리에 대한 메시지를 그림에 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러시아의 폭격이 쏟아졌던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지역에 파괴된 건물 잔해 위에 물구나무를 선 체조선수를 그린 벽화를 그린 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게시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공감할 만한 내용이다 보니 그의 작품들은 소더비나 크리스티 경매에서 고가로 팔리기도 합니다.


뱅크시가 다녀갔을까요. 광주광역시 동구 충장로 한 건물 벽에도 그와 비슷한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철거하다 남은 건물의 외벽. 자세히 보면 계단을 경계로 절개된 부분에서 여성으로 보이는 인물이 촛불을 들고 오르는 모습입니다.


지역 무명작가가 그렸을 것으로 추측되지만 그림체와 장소의 특성이 뱅크시의 것과 비슷하다 보니 제법 흥미로웠습니다. 철거가 제대로 되지 않고 도심 흉물로 남은 휑한 건물을 한 번이라도 봐달라는 듯 이 무명작가는 교묘한 방법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고급스러운 미술관에서 유명인의 작품이라고 떠드는 전시회도 예술이지만 우리 일상에 의미를 던져주며 스며들게 하는 이러한 것들도 예술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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