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에 대한 서울시의 예산 지원이 2024년 1월1일부로 중단된다. 서울시의회는 15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본회의를 차례로 열고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티비에스(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안’(이하 TBS 폐지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폐지 조례안이 발의된 지 4개월여 만이다. 재단 설립 및 운영의 근거가 사라짐에 따라 지난 2020년 2월, 개국 30년 만에 서울시 산하 사업소에서 독립해 출범한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도 사실상 문을 닫게 됐다.
이날 문체위와 본회의 처리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여당인 국민의힘 단독 의결로 이뤄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오는 22일로 예정돼 있었던 안건 심사 일정을 앞당겨 처리를 서두르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지며 표결에 불참했다. 김기덕 민주당 시의원은 이날 오전 열린 문체위 회의에서 “폐지 조례안이 촌각을 다툴 만큼 시급한 사안도 아닌데, 상임위에서 정해놓은 의사일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한 채 이렇게 상정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항의했다. 같은 당 유정희 시의원도 협의 없는 의사일정 변경은 회의규칙 위반이라며 “특정 정치세력이 언론을 탄압하는 문제를 넘어 다수당이 의회를 장악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국힘 시의원들은 “지난 3일 TBS 행정사무감사를 진행하며 운영 실태가 생각 이상으로 심각한 상황을 확인했다”며 더 미룰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현기 의장은 이날 TBS 구성원 등의 본회의 방청 신청을 전면 불허하고, 경찰력을 동원해 의회 건물 입구를 막아선 채 사전 신청한 일부 의원들의 찬반 토론만 듣고 바로 표결에 부쳤다.
국힘은 당초 발의됐던 폐지 조례안에서 위법·위헌성 논란이 있었던 TBS 직원들의 서울시 출연기관 우선 채용 및 재단 자산 정리에 관한 부칙을 삭제하고, 시행 일시를 내년 7월이 아닌 2024년 1월1일로 바꿔 통과시켰다. 이 유예기간 1년 동안 TBS는 서울시 출연금에 70% 가까이 의존해왔던 재원 구조를 바꿔 서울시 출연기관이 아닌 TBS로 자립할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나 TBS에 상업광고를 허용하지 않는 현행 규정 등을 고려할 때 만만치 않은 길이다.
이미 서울시는 내년(2023년)도 TBS 출연금을 올해(320억원)보다 27.5%(88억원) 삭감 편성해 당장 내년부터 정상적인 운영이 힘든 상태다. 그런 서울시가 “(폐지 조례안 통과 후) TBS 정상화를 위해 애써달라”는 국힘 시의원 요청에 “알겠다”(최원석 서울시 홍보기획관)고 화답했다. 서울시와 국힘 쪽에선 TBS 직원의 고용을 승계하면서 TBS의 방송 형태를 바꾸는 새로운 조례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편파방송’을 이유로 TBS 재단을 해체한 뒤 저예산으로 서울시정 홍보방송의 부활을 꾀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당장 지난 10일 사의를 표명한 이강택 전 대표이사 후임을 선출하는 과정에서부터 서울시와 국힘 쪽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TBS 차기 대표 선출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는 서울시의회가 3명, 서울시와 TBS 이사회가 각각 2명을 추천하기 때문에 여당인 국힘에 유리한 구조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TBS지부와 TBS노동조합은 “유예기간 1년 동안 낙하산 사장과 꼭두각시 이사로 시정 홍보방송을 만들려는 어떤 시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이날 논평을 통해 “서울시의회의 부당한 결정에도 불구하고” 지난 9일 ‘공영방송 TBS 지속발전위원회’가 발표한 내부 혁신 방안은 중단 없이 이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연대는 “TBS의 미래는 시민과 함께 하는 혁신에 달려 있다”면서 “TBS를 진짜 ‘시민의 방송’으로 만들어 의회의 횡포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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