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 (86) 두 날개의 새가 하나도 부럽지 않습니다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오승현(서울경제), 김혜윤(한겨레), 안은나(뉴스1), 김태형(매일신문), 김진수(광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씨앗은 겨우 쌀 한 톨 만해서 다람쥐를 부를 재간도 없고, 새를 불러들일 맛난 열매는 더더욱 아닙니다. 스스로 떠날 길을 찾는 수밖에. 진화를 거듭하다 씨앗에 떡하니 날개를 달았습니다.


드디어 때가 왔습니다. 단풍이 질 무렵 깃털처럼 가벼워진 씨앗이 찬바람에 몸을 맡깁니다. 팽그르르~…. 씨앗 하나에 날개도 하나. 비대칭의 외날개지만 비행술은 가히 예술입니다. 두 날개의 새가 하나도 부럽지 않습니다.


연구 결과 단풍 씨앗(중심)·등편·날개의 질량비(5:1:2)는 활공시간을 한껏 높여 더 멀리 날도록 진화했답니다. 2009년 네덜란드·미국 대학 공동 연구팀은 회전하는 단풍 씨앗 위로 휘도는 소용돌이가 곤충 날개처럼 씨앗을 뜨게 한다는 사실도 밝혀냈습니다. 자연의 지혜란 도무지 끝을 알 수 없습니다.


지난해 요맘때 외날개로 엄마 품을 떠나 저리도 씩씩하게 길떠나는 그를 찍겠다고 나섰다 참 많이 자책했습니다. 나흘 꼬박 쫓고도 빈손이었습니다. 미풍에도 외날개를 한껏 돌려 유유히 날아가는 단풍 씨앗…. 두 손이 부끄러운 나흘이었습니다.

김태형 매일신문 기자(매일아카이빙센터장)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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