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에서 2년 만에 새 노조위원장이 나왔다. 한국일보 노조는 지난 2020년 12월 전임 위원장이 임기를 마친 이후 후임자를 찾지 못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두 해를 보냈다. 지난달 노조위원장 선거에 단독 출마한 유환구<사진> 기자가 99%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당선되면서 비대위 체제는 마침내 종료됐다.
유환구 전국언론노조 신임 한국일보지부장은 2007년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2011년 한국일보로 이직해 정책사회부, 산업1부 등에서 일했다. 취임 이틀 만인 지난달 31일 만난 유 지부장은 “부담이 크다”면서도 “노조 지부장 이미지를 바꾸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요즘 신문사에서 노조위원장은 인기 없는 자리다. 노조위원장이 되면 1~2년간 현업을 떠나야 해 경력단절 우려가 있고, 회사와 각을 세워야 한다는 부담도 크다. 최근 한두 해 사이 한국일보뿐 아니라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 등에서도 노조위원장 구인난을 겪으며 몇 달씩 공백이 있었다.
유 지부장도 출마 의사를 밝혔을 때 격려와 위로를 동시에 받았다고 한다. 그는 “공백이 워낙 길었다 보니 ‘큰 결심 했다’, ‘어쩌다 그런 결정을 했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우려 섞인 시선 속에서도 출사표를 던진 덴 어떤 책임감이 크게 작용했다. 유 지부장은 “출마 권유를 여러 번 받았지만 계속 고사했었다. 그러다 문득 더 이상 미뤄선 안 되겠다는 결심이 섰다”며 “거창하게 언론 운동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 노조를 향한 부정적인 인식이나 편견을 깨는 일이 제 역할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제 유 지부장은 ‘한국일보’를 새로운 출입처로 여기기로 했다. 그렇게 임기 1년을 마치고 나면 ‘어느 출입처보다 노조에서 값진 경험을 했다’, ‘노조 해보니 이만큼 성장했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게 목표다. 유 지부장은 “다들 노조가 있을 땐 몰랐지만 오랜 시간 없다 보니 회사생활에서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창구가 노조라는 걸 느꼈다”며 “끓는 물 속의 개구리처럼 조용한 분위기보다는 조금 시끄럽더라도 대화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조직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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