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한경) 기자들의 언론사 내부 보도 감시기구인 노동조합 산하 바른언론실천위원회(바실위)가 편집권 독립 훼손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발행인, 인쇄인, 편집인을 모두 한 사람이 맡는 자사 조직구조에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경 노조는 지난달 28일자 노보를 통해 “국내 주요 신문사 가운데 최고경영자가 발행인, 인쇄인, 편집인을 모두 맡고 있는 건 우리 회사가 유일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노보에 따르면 이날 기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국일보, 국민일보, 경향신문, 매일경제, 서울경제 등 국내 주요 일간지는 모두 사장(사주)과 편집인을 다른 사람이 맡고 있다. 사장이 발행·인쇄인을 겸하더라도 최소한 편집인은 따로 두는 상태다. 반면 한경에선 김정호 대표이사가 발행·편집·인쇄인 모두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실제 매경에서도 장승준 부회장이 세 직책을 동시에 맡고 있지만 장대환 회장이 함께 적시되는 만큼 형식적이나마 ‘1인’ 치하는 아니다.

이 같은 조사 배경엔 기자로 구성된 바실위 위원들의 우려가 있었다. 구체적인 편집권 침해 사례가 언급되진 않았지만 위원들은 노보에서 “사장의 편집권 개입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 같다”, “주요 직책을 한 사람이 다 맡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노보에선 편집인 역할이라도 다른 사람이 맡아야 한다는 인식이 엿보인다. 노조는 익명으로 언론학자들을 인용, “편집인은 기자 조직과 콘텐츠, 즉 편집인을 봉합하는 직책이기에 신문사 경영을 총괄하는 사주(사장)와 분명히 구분돼 독자적 권한을 부여받아야 한다” “사주가 편집인을 겸하면 편집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지키는 역할 자체가 사라져버린다”는 지적을 담았다. 또 다른 인용을 통해선 “많은 언론사가 형식적으로라도 편집인을 따로 두는 건 경영자가 신문 영역에 직접 개입하는 걸 막는 최소한의 장치이자 편집권 독립을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라며 “사기업이지만 공적 역할을 하는 업종의 특수성을 고려해 최소한 편집인을 분리해 독립성을 보장하는 정도의 노력은 해야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