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허위정보, 시민들이 팩트체크해보니…

[팩트체크 콘테스트 수상자들 이야기]
김연주·유현지씨 '두더지팀' 대상
인터넷 커뮤니티 속 주장 확인하려
국내외 관련기사 찾고 인권위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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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은 여장 남자를 남자라고 부르면 범죄로 규정한다?’ 지난 7월 한 커뮤니티에 이런 게시글이 올라왔다. 노르웨이에서 한 인사가 ‘여장 남자는 남자’라고 말했다는 이유로 증오범죄법에 따라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는 내용이다. 이 소식을 전하는 현지 방송 화면에 한국어 자막을 붙인 이미지가 유일한 근거였다. 게시글 작성자는 노르웨이의 증오범죄법과 한국 국회에 계류 중인 차별금지법안을 동일시하면서 ‘차별금지법이 시행되면 표현의 자유가 제한된다’라고 주장한 것이다.


정말 노르웨이에선 해당 발언만으로도 법적 처벌을 받을까? 언론인 지망생 김연주씨와 유현지씨는 팩트체크에 나섰다. 먼저 커뮤니티가 인용한 방송부터 확인했다. 관련 내용을 다룬 외국 기사들도 일일이 찾아봤다. 사건 당사자들이 쓴 글과 노르웨이의 증오범죄법 조항, 국내 차별금지법안을 살펴보고 인권위원회 관계자도 취재했다.

팩트체크넷이 지난달 26일 제1회 시민 팩트체크 콘테스트 시상식을 개최했다. 이날 대상을 받은 ‘두더지’팀의 김연주씨(가운데 노랑색 상의)와 유현지씨(가운데 분홍색 상의), 최우수상을 수상한 유준영씨(연주씨와 현지씨 사이 맨 뒷줄) 등 10개 팀‧개인이 상을 받았다. /팩트체크넷 제공


팩트체크 결과 커뮤니티 속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다. 최종 판결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고, ‘징역 3년’은 노르웨이 증오범죄법의 최대 형량일 뿐이었다. 또한 형량을 단정적으로 표기한 한국어 번역과 달리 실제 방송 진행자는 ‘징역형을 받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만 언급했다.


‘두더지’라는 팀을 꾸린 연주씨와 현지씨는 팩트체크넷이 주최한 ‘제1회 시민 팩트체크 콘테스트’에 이 기사를 출품했다. ‘팩트가 확인된 정보를 찾을 때까지 파고 파자’는 의미로 지은 팀명 덕분이었을까. 두 사람은 대상을 차지했다. 팩트체크넷은 “두더지팀의 팩트체크 과정과 결과물에 공익적 효과가 크다”며 “현지 법과 차별금지법, 언론 보도와 SNS 원문을 순차적으로 제시해 쟁점을 정리했고, 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면서 팩트체크의 몰입도와 신뢰도를 높였다”고 호평했다.


‘다양성과 공정’을 주제로 열린 이번 콘테스트에 개인·팀 총 64명이 40건의 팩트체크 기사를 출품했다. 대상을 받은 두더지팀 외에도 최우수상 1편, 우수상 2편, 장려상 6편 등 모두 10편이 지난달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팩트체크넷은 참가자들의 팩트체크 역량 강화를 위해 지난 5월30일~10월2일 4차례에 걸쳐 전문가 멘토링도 지원했다.


연주씨에게 지난 넉 달은 사실(팩트)과 확인(체크)의 무게감을 체감하는 시간이었다. 연주씨는 “무의식중에 뉴스는 다 사실이라고 생각하지만 가끔 보면 틀릴 때가 있었다. 콘테스트 과정에서 제가 정보를 전달하는 입장이 돼보니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자세가 무척 중요하다고 느꼈다”면서 “여러 주제 가운데 사실이 아닌데도 가장 빠르고 넓게 확산할 가능성이 있는 사안을 팩트체크했다”고 말했다.


최우수상을 받은 유준영씨도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주제를 팩트체크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의 ‘한국은 OECD 국가 중 장애인 예산 순위 꼴찌’ 발언은 사실이라고 검증했다. 한국장애인개발원과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통계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다.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는 준영씨는 “전장연이 지하철 시위를 하면서 시민들이 불편을 겪기도 하지만 우리가 그분들의 목소리를 무시할 순 없다”며 “오히려 더욱 귀를 기울여 좋은 정책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해 주제를 선정했다”고 말했다.


언론과 시민 사이에 서 있는 연주씨와 준영씨는 사회를 구성하는 두 축 모두 ‘팩트체크’를 중요하게 여기길 바랐다. 연주씨는 “만약 커뮤니티 글만 본다면 한 번쯤 의심해볼 사람들도 있을 텐데, 그 내용을 전달하는 매체가 언론사라면 독자들은 사실을 확인할 생각도 못 하고 그대로 받아들일 것 같다”며 “언론인들에겐 보다 정확하고 공정한 정보를 전달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준영씨는 “그동안 팩트체크는 언론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했지만시민들도 조금의 노력을 들이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걸 경험했다”며 “언론의 팩트체크는 보도 관행을 벗어날 수 있는 좋은 방향이라고 보는데 점점 관련 코너가 사라지고 있더라. 언론사 안에서 팩트체크가 오래 이어질 수 있는 동력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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