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들의 소셜미디어 사유화 논란

[글로벌 리포트 | 미국] 이태영 텍사스대 저널리즘 박사과정

이태영 텍사스대 저널리즘 박사과정

테슬라의 최고 경영자 일론 머스크, 랩퍼 카니예 웨스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이들에겐 공통점이 여럿 있다. 툭하면 논란의 중심에 선다는 점, 손꼽히는 자산가라는 점, 그리고 자신들이 가진 부를 이용해 소셜미디어를 장악하려 한다는 점이다.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에 따르면 머스크는 올해 3월 기준 자산 2190억달러를 보유한 명실 공히 세계 1위 부자다. 각종 무책임한 언행과 말바꾸기 등으로 거듭 논란을 만들어 온 그는 지난 4월 트위터를 인수하겠다고 밝힌 뒤 석 달 만에 계약 파기를 선언하는가 하면, 다시 석 달 만에 이를 번복했다. 열렬한 트럼프 지지자로 알려진 카니예 웨스트는 ‘생일당(Birthday Party)’을 창당해 돌연 2020년 대선에 출마하는 등 기행을 일삼다 최근 유대인 혐오 관련 내용을 올려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에서 잇따라 퇴출됐다. 이에 그는 극우성향의 대안 소셜미디어인 ‘팔러(Parler)’를 인수하기로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지난해 1월 의사당 폭동을 선동해 트위터 계정이 영구정지 당하자 본인이 직접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이라는 소셜미디어를 개설한 바 있다.


팔러와 트루스 소셜이 일부 극우 보수성향의 이용자들을 위한 신생 플랫폼인데 반해 트위터는 16년간 언론인, 정치인, 학자를 비롯 다양한 성향을 가진 이용자들의 정보공유의 장이었던 만큼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는 가장 큰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특히 트위터 인수 발표 직후 머스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을 복구하겠다고 밝혀, 그가 트위터를 인수할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트위터로 복귀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사회적 영향력이나 부를 가진 이들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거나 미디어를 통제하려 하는 것은 그다지 새로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머스크와 예(카니예 웨스트의 개명 후 이름), 트럼프의 소셜미디어 사유화는 결이 다르다. 미 의사당 폭동 사건과 각종 선거에서 보았듯, 소셜미디어는 과거 한 방향으로 정보를 전달하던 다중 매체(Mass Media)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여론 형성과 대중 선동에 지대한 영향력을 가졌다. 소셜미디어의 빠르고 광범위한 정보의 전파력도 한 이유겠지만 알고리즘, 마이크로 타겟팅 등 플랫폼들의 전략적 기술 이용으로 이용자에 따라 특정 정보에 대한 노출 빈도와 패턴이 다른 것도 큰 이유다. 게다가 소셜미디어가 시민들이 정치 정보를 습득하는 주요 통로가 됨에 따라, 이를 소유한다는 것은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손에 쥐는 것과 같다. 세명의 억만장자들의 소셜미디어 사들이기 행보의 주된 이유이자 이들의 행보가 민주주의에 큰 위협이 되는 이유다.


이들이 가진 공통점이자 이들이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다. 머스크는 스스로를 ‘표현의 자유 절대론자(free speech absolutist)’라고 칭하며 트위터 인수의 주된 이유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우려라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 복구를 주장한 것도 같은 이유다. 마찬가지로 예 역시 “보수적인 생각이 물의를 일으킨다고 여겨지는 세상에서 우리는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를 확보해야 한다”며 팔러 구매의 뜻을 드러냈다. 트럼프 또한 본인이 만든 트루스 소셜은 “정치적 검열이 없는, 표현의 자유를 허락하는 플랫폼”이라고 밝힌 바 있다. 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라 하더라도, 공공의 이익을 해하면서까지 무제한으로 허락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은 세계인권선언도 규정하고 있는 내용이다.


머스크의 트위터 구매 계약이 오는 28일 마무리 된다. 트위터 인력의 75% 감축 계획을 비롯, 머스크 호 트위터의 전망에 관한 언론보도가 이어지면서 트위터를 떠나겠다는 기존 이용자들의 목소리도 높다. 트위터가 지금처럼 영향력 있는 소셜미디어로 남을지, 극우 보수들의 확성기 역할을 할 또 하나의 대안매체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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