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인수할 착한 자본? 그런 기대는 신기루일 뿐"

[인터뷰] 신호 YTN지부장
나주 한전KDN 찾아가 호소문 전달

신 지부장 "매각, 특정 자본에 특혜…
구성원 의견 듣고 사회적 논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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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지난 24일 전남 나주에 내려가 한전KDN 구성원들을 상대로 거리 선전전을 벌였다. ‘한전KDN과 YTN이 만들어온 공적 가치를 지켜주십시오’라는 제목의 호소문도 KDN측에 전달했다. 신호 YTN지부장은 “우리의 최대주주를 상대로 YTN 구성원들의 입장을 진정성 있게 설명하는 첫 번째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0일에는 “YTN 사유화는 구성원의 권리도 헌납하는 것”이라며 조합원들에게 편지를 쓰고, 다음날엔 사내 성명을 통해 노사 공동의 위원회를 만들어 대응할 것 등을 제안했다. 2년 전 노조위원장 취임 당시 ‘회사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한 조합원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임기 말 전방위적으로 뛰고 있는 신 지부장을 지난 21일 YTN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만났다.

지난 24일 신호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장(오른쪽)이 전남 나주 한전KDN 본사를 방문, KDN 노조 위원장(왼쪽)을 만나 ‘한전KDN과 YTN이 만들어온 공적 가치를 지켜달라’는 호소문을 전달했다. /YTN지부 제공


신 지부장은 “2022년 공기업의 YTN 지분매각은 YTN의 상암동 사옥, 남산 서울타워와 막대한 유보금, 영업이익을 노리고 있는 재벌 편향 언론이나 토건 자본, 또는 사모펀드에 거대한 사익을 안겨주는 부당거래”라며 “국민의 이익인 YTN의 공공성은 훼손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구성원들의 권리나 처우도 지금보다 후퇴할 거라고 봤다. 사장과 보도국장 선임 과정에 구성원들의 의사가 반영되는 구조 역시 무력화될 거라 했다. 앞서 호반건설을 대주주로 맞은 서울신문을 통해 학습한 효과도 크다. 신 지부장은 “자본의 속성에 언론이 지배되고 사주에 의해 보도나 편집이 휘둘리면서 그로 인해 기자들이 이탈하는 현상이 생긴 것 아닌가”라며 “YTN의 미래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천운을 만나 그렇게 하지 않을 착한 투자자를 어디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신기루와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신문사와 방송사의 사정은 조금 다르다. 방송사업자의 최대주주 변경은 방송통신위원회 승인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승인 없이 취득한 지분에 대해선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거나, 방통위로부터 처분 명령을 받을 수 있다. 신 지부장은 “(인수 대상으로) 지금 거론되는 언론이나 소문에 나오는 토건 자본, 사모펀드 등은 국민 눈높이에서 애초에 자격 미달”이라며 “승인 요건 등 절차적 단계를 넘어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분매각에 대한 정부·여당의 의지, 방통위를 향한 압박 등을 볼 때 넘지 못할 장벽도 아니다. 그래서 국민에게 호소하는 것이다. YTN 매각은 특정 자본에만 ‘로또’이자 특혜일 뿐, 국민에겐 손해라고. 그는 “자본에 주식을 팔아서 자본의 이익을 대변하고 자본의 논리로 뉴스를 하는, 지금껏 없었던 신종 뉴스채널이 탄생하면, 그게 2022년 국민이 필요로 하는 뉴스채널일까”라고 물었다.


그의 말대로 YTN 지분매각은 YTN의 지배구조 변화뿐 아니라 보도채널로서의 성격, 정체성 변화를 동반하며, 언론과 사회 전반의 공공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의사 결정 행위다. 그런데 2년 전 문재인 정부 때나 지금이나 정부가 어떤 언론정책 기조하에서 이를 검토하는지 알 길이 없다. 윤석열 정부는 단순히 ‘공공기관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만 이 사안을 다루는 듯 보인다. 신 지부장은 “언론정책을 우리(정부)가 고려하고 있다고 하는 순간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것이고, 그러면 이 매각 자체가 이뤄질 수 없기 때문에 이를 외면하고 공공기관 자산 효율화 차원에서 추진한다는 스탠스(자세)만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신 지부장은 설사 지분매각이 돌이킬 수 없는 원칙이더라도, “최소한 사회적으로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최대주주 변경이 이뤄질 수 있게 논의라도 해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자본에 이익인 방향이 아닌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추진하려면 사회적 논의가 당연히 필요하고 구성원들 의견도 들어야 한다”며 “그래야 언론의 공적 책임도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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