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연고지인 프로야구단 롯데 자이언츠는 올해 창단 40주년과 우승 30주년을 맞았다. 뜻깊은 해이지만, 롯데 팬들은 마냥 웃을 수 없다. ‘우승 30주년’은 롯데가 1992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이후 30년이 흐르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우승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롯데는 매년 우승과 거리가 먼 성적을 내는데도 그 어느 팀보다 열정적인 응원을 받는다. 팬들은 도대체 왜 롯데를 떠나지 못하는 걸까. 어째서 계속 우승을 기대하는 걸까. 부산은 어떻게 구도(球都‧야구의 도시)로 불리게 된 걸까.
오는 27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죽어도 자이언츠>(자이언츠)에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다. 이 작품은 부산지역 언론사 국제신문이 제작하고 이동윤 국제신문 기자가 연출했다. 국제신문은 디지털 전략 사업의 일환으로 2020년부터 3년째 자체 제작한 다큐멘터리를 선보이고 있다.
국제신문 디지털부문 소속인 이 기자는 입사 전에도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경험이 있다. 현재 영화평론가로도 활동 중이다. 지난해 부마항쟁을 다룬 <10월의 이름들>에 이어 자이언츠가 두 번째 장편작이다. 이 기자는 “전작은 대중이 잘 모르는 부마항쟁을 친절하게 설명하는 방식이었다면 자이언츠는 타깃 자체가 롯데 골수팬들이어서 더욱 깊이 있는 내용을 담으려 했다”고 말했다.
다큐 자이언츠는 한 구단의 발자취와 현재를 통해 부산 야구 역사를 조명한다. 1982년 한국 프로야구 출범과 함께 탄생한 롯데 자이언츠는 지금까지 연고지 변경 없이 부산 팬들과 40년을 함께 해왔다. 이 기자는 “지역언론으로서, 부산이라는 지역성을 빼고 롯데 자이언츠를 설명하긴 정말 힘들다”고 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터뷰이는 모두 34명이다. 선수와 코칭스태프, 팬들 비율이 거의 반반이다. 여기 나오는 한 팬은 “롯데가 못하는 게 두 가지인데, 바로 공격과 수비”라고 자조적으로 말하면서도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모습을 보인다. 전·현직 선수들과 스태프들은 롯데에서 영광의 네 시즌으로 불리는 1984년, 1992년, 1999년, 2008년 당시를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이야기한다.
롯데를 상징하는 인물인 ‘무쇠팔’ 고(故) 최동원 선수를 그리는 대목에선 그리움과 아쉬움이 묻어난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살아있는 전설 이대호 선수는 끝내 우승하지 못하고 그라운드를 떠나는 소회를 인터뷰에 담아냈다. “은퇴 후에도 죽을 때까지 롯데를 응원할 것 같다”는 이대호 선수의 멘트가 영화의 제목이 됐다.
이 기자는 지난 1월 촬영을 시작해 9월 편집을 마무리했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신문사에서 보면 8개월은 긴 기간이다. 하지만 보통 다큐멘터리가 2~3년에 걸쳐 제작되는 것과 비교하면 빠듯한 시간이었다. 이달 개봉은 국제신문, 부산영상위원회, 부산지역신문발전위원회 등의 지원과 롯데엔터테인먼트의 배급 결정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기자는 “본업이 기자인데, 장편 영화를 제작해야 한다는 압박이 컸다. 특히 평론가로서 내가 비판했던 영화들의 기준점을 넘어 스스로 충족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며 “촉박한 기간 안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교차하는 이미지의 배열을 주목해주신다면 조금 더 풍성하게 영화를 관람하실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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