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1대주주 지분매각 공식화… 2008년 이후 최대 위기

한전·마사회 등 주요주주 국감장서
여당 의원들 "YTN 지분 팔라" 압박

한경·사모펀드 등 인수 주체 거론
기자들 "2008년 해직 때만큼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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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이 이번 국정감사에서 단골로 불려 나왔다. YTN 지분을 보유한 공공기관 등에 대해 감사가 진행되면서다. 지난 4일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를 시작으로 11일 한국전력공사, 17일 한국마사회 등의 감사에서도 빠짐없이 YTN 지분 매각이 언급됐다. 여당 의원들은 YTN 지분이 “불필요한 자산”이라는 이유로 조속히 매각할 것을 압박했고, 1대 주주(21.43%)인 한전KDN 사장은 “추진하겠다”고 확약했다. 한전KDN과 달리 YTN 지분 매각 계획이 없던 4대 주주(9.52%) 한국마사회 역시 국감에서 “방송사 주식을 마사회가 갖고 있을 필요가 있느냐”는 여당 의원의 추궁에 “(매각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국감을 통해 공기업이 보유한 YTN 지분 매각에 대한 정부여당의 의지는 확인됐다. 정부가 사실상 최대주주인 공기업들은 따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정부는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 따른 기관별 혁신계획의 하나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전KDN이 YTN 지분을 보유하겠다고 의견을 냈는데, 산자부에서 매각하도록 하고 매각을 추진하도록 결론이 난 건 기획재정부 입장과 대통령실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결국 공공기관 혁신안의 목적이 민영화와 언론장악의 수단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 현업 5단체가 18일 국회에서 정의당과 ‘언론 자유와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정부는 공공기관 혁신계획 5대 분야 중 예산 효율화와 복리후생 개선 계획을 우선 확정해 지난 17일 발표했고 향후 자산, 기능, 조직·인력 등 남은 3개 분야에 대한 계획을 차례로 확정·발표할 예정이다. 언론 등에선 그 시기를 이르면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초쯤으로 예상한다. 한전KDN의 YTN 지분 매각 계획도 이 시기에 확정될 수 있다는 의미다.


가시화되는 지배구조 변화 움직임 속에 이를 보는 YTN 구성원들의 시선은 복잡하다. ‘이번엔 정말일까?’에 찍힌 의문부호의 강도도 저마다 다르다. 이명박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YTN 지분 매각은 번번이 ‘검토’에 그쳤기 때문이다. 9년차인 YTN A 기자는 “이번 정권의 움직임이 더 가시적이라고 해도 뭔가 결정된 건 없으니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지레 걱정할 필요 없다는 뜻이다. 반면 한전KDN 사장이 국회에서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점과 정부 측 태도를 볼 때 이번엔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조용히 사태를 관망하면서 불안을 공유하는 중이다. 18년차인 B 기자는 “우리 회사가 낙하산 리스크를 계속 갖고 있었는데, 민영화되면 낙하산 리스크는 사라질지 몰라도 사주 리스크가 생기는 것이고, 이는 불가역적이어서 되돌릴 수 없게 된다”며 “2008년 해직자가 생기고 낙하산 사장이 내려오던 때보다 불안감이 더 크다”고 전했다.


민영화 논란을 보는 시각도 조금씩 다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공기업 지분 매각 시도 자체를 ‘사영화’ ‘YTN 사유화’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민영화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B 기자는 “우리 회사의 지배구조가 절대 선은 아니지 않나. 공공기관이 (지분을) 가진 게 공정방송을 담보하는 최고의 구조는 아니”라면서 “이 지배구조를 무너뜨린다는 사실 자체에 분노하고 불안해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지배구조가 바뀌어서 보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처우가 달라지고 그런 게 불안하다”고 했다.


현재 한전KDN 지분 인수 대상으로 한국경제신문, 사모펀드, 호반건설 등 여러 기업 또는 언론사 이름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누가 YTN의 새로운 1대 주주가 되든 YTN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뉴스 채널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경영진이 지분 매각 논의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대안을 찾아야 한다거나 아예 경영진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도 일부 나오지만, YTN 사측은 2년 전 “‘현재의 소유 구조 유지’ 외 어떤 대안도 고려하지 않는다”며 입장문을 낸 것과 달리 이번엔 공식 입장 표명이나 대응을 삼가고 있다. 지배구조 변화는 이제 막 임기 1년을 넘긴 우장균 사장 등 경영진 전면 교체를 예정하는 것이기도 한데, 이례적으로 1년 앞당겨 진행된 세무조사에 위축된 경영진이 적극적으로 나서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있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정치권을 설득하고 시민사회 등과 연대하는 데서 해법을 찾고 있다. 신호 YTN지부장은 18일 언론 현업 5단체와 정의당이 가진 간담회에서 “YTN의 공공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한다면 24시간 뉴스 채널로서의 공공성을 더욱 강화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 방법을 찾는 논의를 위해 정부, 여당, 그리고 시민사회 다함께 사회적 논의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이어 “민영화든 자산 매각이든 그것은 결국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면서 “민영화 지상주의가 시대를 역행해 언론의 공공성을 파괴하지 않도록 국회가 숙고해 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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