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언론 'MBC 공격' 가세… 5개 방송사 기자협회는 여당 규탄
해당 영상, 현지서 12개사 동시송출
MBC에 모든 의심·비난 집중
사설로 MBC 비난한 조선일보
MBC와 같은 내용 보도한 TV조선 언급도 없어
지난달 28일, 상암동 MBC 본사를 항의 방문한 국민의힘 의원들 손에는 ‘자막 조작 사과하라’, ‘정언유착 중단하라’ 등의 구호가 적힌 손팻말이 들려 있었다. MBC가 최초 보도한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을 ‘자막 조작 사건’으로 규정하고, MBC 보도 전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발언 내용을 알고 있었다는 점 등을 들어 ‘정언유착’을 주장한 것이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도 다음날 MBC 등을 겨냥해 “가짜뉴스를 퇴치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일부 언론도 거들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26일 사설에서 “MBC는 명확하지 않은 대통령의 사적 발언을 마음대로 해석하고 자막을 달아 사실인 것처럼 보도했다”고 비판했다. 이기홍 동아일보 대기자는 지난달 30일 칼럼에서 “MBC의 자막 조작 의혹, 민주당과의 유착 의혹, 풀 영상 외부유출 경위 등은 반드시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상정돼 공정한 심사를 받는다면 중징계를 면치 못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과 여당, 보수우파 진영이 한목소리로 MBC를 질타한다. 이들은 대통령의 발언은 ‘사적 발언’ 혹은 ‘실언’쯤으로 의미를 축소하면서 MBC가 영상에 단 자막은 국익과 한미 동맹을 훼손하는 ‘조작’이자 ‘선동’이라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14년 전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를 거론하며 MBC에 ‘전과’가 있음을 강조하기도 한다. 여당 정치인과 보수우파 진영 스피커들의 이런 주장은 언론의 인용 보도를 통해 다시 확대 재생산된다. 당시 대통령의 발언을 MBC와 같이 따옴표 처리해 보도했던 많은 언론이 MBC를 비난·공격하는 이들의 주장 또한 따옴표 처리해 그대로 옮기고 있는 상황이다.
MBC는 당시 대통령의 발언을 최초로 보도한 언론사지, 유일한 언론사가 아니었다. MBC가 자막에 쓴 것과 같은 내용을 단정적으로 보도하거나 대통령 발언 중 ‘국회’를 “미국 의회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한 기사도 여럿이었다. MBC를 단순 인용하거나 베껴 쓴 게 아니라 각 언론사의 판단과 데스킹을 거쳐 출고된 기사들이다. 대통령실 주장대로 MBC 보도가 “짜깁기와 왜곡”, “가짜뉴스”라면 당시 비슷한 보도를 한 언론사들도 모두 ‘공범’이란 의미다.
그런데 모든 의심과 비난, 진상규명 요구는 MBC만을 향하고 있다.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의 ‘바이든’이 명확히 들리지 않는다는 게 주된 이유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26일 MBC에 보낸 공문에서 “음성 분석 전문가도 해석이 어려운 발음을 어떠한 근거로 특정하였는지” 물었다. 같은 날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들어보면 확실치도 않은 발언 놓고 난장판 싸움, 지금 이럴 땐가”라고 했다가 다음날 사설에선 MBC를 향해 “일반인에겐 안 들리는 말을 명확히 들은 것으로 보도했으니 그 경위를 설명하라”고 했다. 그러나 그 경위를 설명할 책임이 MBC에만 있을까. 조선일보 계열회사인 TV조선 역시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O팔려서 어떡하나…”란 자막을 달아 보도했다. ‘XX’와 ‘O’에 해당하는 부분은 ‘삐’ 소리 처리했고, ‘바이든은’ 부분은 소리와 자막 모두 그대로 내보냈다. ‘MBC에 따르면’이란 설명은 없었다. TV조선이 보도한 영상은 당시 풀 기자단이 촬영해 송출한 것으로 원본 영상이 같다. ‘삐’ 소리를 제거한 채 “잡음 없이 제대로 들리는 영상을 공개”하면 된다.
여당이 제기하는 ‘정언유착’ 의혹 역시 정치적 공방 형태로 연일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대통령실 출입 영상기자단의 설명에 따르면 당시 영상은 뉴욕 현지에서 지상파와 종편 등 12개 방송사에 동시에 송출됐고, “풀단에 속한 방송사 관계자라면 누구나 영상에 접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보도 전 해당 영상을 더불어민주당 쪽에 유출한 당사자로 MBC가 특정된 것이다. 이런 주장은 주로 MBC ‘내부자’이자 현 경영진의 반대 세력인 MBC노동조합(제3노조)에서 먼저 시작돼 여당과 보수언론, 우파성향의 SNS 등을 통해 확산하고 있다. 특히 조선일보는 소수노조인 MBC노조가 내는 성명을 가장 적극적으로 보도하는 언론사 중 하나다.
이처럼 MBC를 향한 정치권 등의 공세에 경쟁 방송사 기자들이 이례적으로 공동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JTBC, KBS, OBS, SBS, YTN(알파벳 순) 등 5개 방송사 기자협회는 지난달 30일 국민의힘의 고발 행위를 규탄하는 공동 성명을 채택했다. 5개 협회는 성명에서 “이번 대통령 순방을 동행 취재한 방송사들은 MBC가 영상물을 올리기 전부터 각 언론사 스스로 이미 대통령 발언의 문제점을 파악”했으며, “이 영상물은 MBC 단독 취재가 아니기 때문에, 영상물이 유통된 선후 시점을 따지는 것은 사실상 무의미하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MBC를 상대로 보여주고 있는 각종 대응들은 결국 MBC라는 한 언론사에 대한 공격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언론 자유에 대한 위협이라고 판단한다”면서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특정 언론사를 상대로 압박성 공문 보내기와 형사 고발이라는 대응을 하기에 앞서, 이번 비속어 파문이 왜 이토록 불필요하게 확산되고 있는지를 스스로 점검하기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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