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지역 주재기자 인사 발령을 받은 A 기자가 지난달 26일 퇴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광주일보 내부는 술렁였다. A 기자가 사건캡을 맡은 지 6개월 만에 나온 인사였다. 동료가 회사를 떠나자 이날 광주일보 노조는 성명을 내어 “사측의 일방통행식 인사 조처”라며 “한 명이 아쉬운 인력 구조에서 인사를 감당할 책임은 회사가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광주일보 사측은 지난달 13일 여수 등 동부권 취재 역량 강화를 위해 본사 중견 기자를 지역 주재 기자로 파견한다는 인사 방안을 발표했다. 노조 성명에 따르면 본사 기자의 지역 주재 기자 파견은 10년 전후로 거의 진행되지 않았던 인사 방침으로, 편집국 내부에선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사측은 A 기자를 여수로 파견하면서 출입처 조정 등 업무 분장이나 숙소 제공 등을 안내하지 않았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또 A 기자가 노조 집행부였고, 그동안 노조가 여러 차례 노보를 통해서 모기업 효성에 회사의 열악한 처우 개선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는 점에서 이번 인사가 사실상 징계가 아니냐는 내부의 우려도 나온 것으로 알려진다.

노조는 성명에서 “이번 인사 조처는 왕복 3시간, 대중교통으로는 5시간가량 걸리는 지역으로의 출퇴근을 해야 하는 상황을 초래했다”면서 “그럼에도 사전에 설명하거나 숙소 제공업무 분장 여부 등을 전혀 안내하지도 않고 사무실도 없는 곳으로 내던지듯 이뤄진 인사가 과연 합당한 것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사자와의 사전 소통도 없는 일방통행식 인사를 지켜보는 노조원들이 가족 같은 회사라는 말을 믿겠는가”라며 “회사의 근본적 변화 없이 자리 메우기에 급급한 임기응변식 조직 운영과 참담할 정도로 초라한 임금체계 등을 고민하다 함께 걷던 길에서 뛰어내린 선후배 기자들도 여럿”이라고 토로했다.

김지을 광주일보 노조위원장은 “해당 기자는 사건캡을 하는 동안 특별히 회사에 누를 끼칠만한 오보나 낙종을 한 적도 없다. 사회부에 있던 기자를 지역 주재기자로 인사를 낸다면 파견을 꼭 보내야하는 특별한 사유나 설명 등이 필요할 텐데 전혀 없었다”며 “인사권은 편집국 내 권한이라 일단 회사의 판단을 존중했지만 결국 이런 결과가 나왔다. 해당 기자뿐만 아니라 저희 구성원 누구에게도 닥칠 수 있는 일이라고 인식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측은 이번 여수 주재기자 파견이 징계성 인사라는 시각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최재호 광주일보 편집총괄국장은 “여수시, 광양시, 목포시 등 20여개 시군 단위 중심의 지역 활성화가 필요해 이번 인사를 했다”며 “목포 지역 주재기자는 3명이다. 여수는 훨씬 바운더리가 크지 않느냐. 오늘만(3일) 해도 여수 산단 탱크 폭발도 있었고 여수 앞바다 해양 오염 사건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오래전부터 본사와 지역 간 인사 교류는 있어왔다. 앞으로도 이러한 인사 교류는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