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에 산업재해로 2000명이 넘는 노동자가 사망해서일까요. 우리나라, 언론은 노동자가 죽어야만 관심을 갖기 시작합니다. 사람이 죽어야, 자식을 잃은 부모가 울분에 차 거리로 나서야 고용노동부와 경찰이 조사에 나섭니다. 이때 드러나는 사업장 내 여러 부조리와 열악한 노동 환경은 언론의 반짝 주목을 받고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습니다. 그리고 또 노동자가 죽고 상황은 반복됩니다.
2018년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졌던 스물네살의 김용균씨가 일터에서 겪는 어려움을 말할 기회가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한겨레는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온 노동자들, 그중에서도 김용균씨처럼 어린 나이에 회사의 부주의로 무리하게 일하다 치명적인 산재를 입은 청년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중장해인(장해등급 1~3급)과 관련한 방대한 자료를 입수해 이중 ‘살아남은 김용균들’인 20~30대를 추려냈습니다. 올해 4월 기준 187명인 이들의 상해 유형, 재해 발생 경위 등을 전수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뇌손상을 입은, 전봇대를 오르다 감전돼 양팔을 잃은, 공사장에서 떨어진 자재에 맞아 하반신을 쓸 수 없는, 교통사고로 목뼈가 부러져 온몸이 마비된 ‘살아남은 김용균들’을 직접 만났습니다.
보도를 준비하며 산재 관련 기관과 시민단체로부터 많은 도움과 진심어린 지지를 받았습니다. 수십년간 노동과 인권 문제에 천착해온 한겨레 구성원들 덕분입니다. 특히 기획 방향을 명확하게 짚어주신 정환봉 팀장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또 기획 준비 단계에서부터 조언을 아끼지 않은 임인택 전 팀장과 김완 선배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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