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청년농부 잔혹사

[제383회 이달의 기자상] 이연우 경기일보 K-ECO팀 기자 / 지역 경제보도부문

이연우 경기일보 K-ECO팀 기자

보통 ‘청년’이란 단어가 희망차게 떠오르는 느낌이라면, ‘농부’는 느리게 저무는 느낌이 강하다. 상반된 두 키워드를 하나로 묶은 ‘청년농부’는 이질감 때문인지 종종 기자들의 먹잇감이 되곤 한다.


그동안 여러 기사에서 조명해 온 청년농부는 대개 긍정적이고 열정적인 역할로 그려졌다. 특정 농업계를 부흥시켰다거나, 제2의 삶을 알차게 일궈나간다는 식의 내용이 많다.


정말 그럴까. 우리는 행복한 청년농부의 그림자 속 불가피하게 역(易)귀농·귀촌을 택할 수밖에 없는 이들이 존재하리라 보고 <청년농부 잔혹사> 보도를 준비했다. 특히 땅 넓고 사람 많은 수도권의 중심, 경기도에 초점을 맞췄다.


‘과연’으로 시작했던 취재는 점점 ‘역시’로 변했다. 경기도 청년농부들은 비싼 토지 값에 울고, 기획부동산 등의 사기에 지치며, 마을발전기금 같은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연이 좋아 시골을 향했던 이들이 시골이 싫어 자연을 떠나고 있는 실태를 짚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사 의도는 분명했고 목적은 하나였다. 농업 발전·일자리 창출·마을 소멸 방지를 위해 청년농부를 양성하자는 것. 단순한 양적 증가가 아닌 탄탄한 질적 증가를 위해 역귀농·귀촌을 막을 수 있는 성숙한 정책·제도를 이끌어내자는 것. 단지 그뿐이었다.


당장의 유의미한 성과는 경기도가 2023년 중 청년농부 지원 종합대책을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앞으로는 이곳저곳에서 ‘종합대책’이 쏟아지길 기다리며 누구나 청년농부를 꿈꾸고, 농어촌 정착을 원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 아울러 이번 보도를 믿고 끌어주신 편집국 모든 구성원에게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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