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료 삭감, 경영권 분쟁… 첩첩산중 연합뉴스

노조·직원 성명… 구성원 우려 감지
내부 "을지재단, TV 경영권 넘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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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가 총체적 위기에 처했다. 내년 연합뉴스 정부구독료 예산이 역대 가장 큰 폭으로 삭감된 것과 더불어 연합뉴스TV 2대 주주의 문제제기로 대표이사 해임 청구 안건을 의결하는 임시 주주총회가 소집되는 등 연합뉴스TV 경영에도 제동이 걸린 상황이기 때문이다. 촉발된 문제에 대해 노조와 직원 개인 성명이 올라오는 등 연합뉴스 구성원의 우려도 감지된다.


연합뉴스 구성원 사이에선 정부구독료 삭감보다 연합뉴스TV 2대 주주인 을지재단의 추가 지분 매입이 더 부각된 상황이다. 지난달 22일 박준영 을지학원 이사장은 4대 주주인 예솔저축은행 지분 7.44%를 매입해 기존에 갖고 있던 개인 지분을 합산, 11.36%의 지분을 보유하게 되면서 연합뉴스TV 2대 주주가 됐다. 박 이사장 등 개인 지분과 을지학원, 을지병원 지분까지 포함하면 을지재단의 연합뉴스TV 지분율은 29.26%이다. 최대주주인 연합뉴스의 지분율(연합인포맥스 지분 합산, 29.36%)과 비슷해진 셈이다.

내년 연합뉴스 정부구독료 예산이 역대 가장 큰 폭으로 삭감되고, 연합뉴스TV 2대 주주인 을지재단은 연합뉴스TV가 매년 연합뉴스에 지급하는 업무협약금이 불공정한 계약이라며 성기홍 연합뉴스 사장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등 연합뉴스가 위기에 처해졌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연합뉴스TV 임시이사회에선 성기홍 대표이사 해임 청구 안건을 의결하는 임시 주총을 다음달 7일 열기로 결의했다. 을지재단 측이 연합뉴스TV가 연합뉴스에 지급하는 업무협약금 계약과 겸직 사장 등을 문제 삼으며 임시주총 개최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대표이사 해임청구 안건은 참석한 주주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통과된다. 지난달 16일 을지재단 측은 연합뉴스가 최대주주의 지위와 겸직 사장의 권한을 이용해 과다하게 연합뉴스TV의 이익을 가져갔다며 성기홍 연합뉴스 사장(연합뉴스TV 사장 겸직)을 배임 혐의로 검찰 고발하기도 했다.


을지재단의 이 같은 움직임에 연합뉴스 내부에선 연합뉴스TV 최대주주 지위를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지난 1일 전국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는 성명을 내어 “을지재단이 최근 지분을 급속히 늘려 연합뉴스가 보유 중인 최대주주 지위를 넘보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사실상 언론사를 상대로 한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로 볼 수 있다. 을지재단의 연합뉴스TV 경영권 탈취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7일과 31일 연합뉴스 사내게시판에는 을지재단의 지분 매입 시도에 “노사공동대책위 발족 등 대책을 세워 강력히 대항해야 한다”는 한 국장급 직원의 개인 성명도 올라왔다.


성기홍 사장은 지난달 30일 실국장 회의를 통해 연합뉴스TV 사태와 관련해 경과를 설명하고 입장을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성 사장은 “을지재단의 법적 대응에 당당하게 대응하고 임시 주총 소집도 절차대로 밟아가겠다” “연합뉴스TV 경영권 안정을 위한 근본적인 해법을 마련하겠다” “을지재단 측이 최대주주가 되려면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등의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을지재단 측 인사인 최헌호 연합뉴스TV 사외이사는 을지재단의 추가 지분 매입은 연합뉴스 측 인사가 대부분인 이사회 구조를 바로 잡기 위한 시도라고 주장하며 경영권을 노리는 의도라는 시각에는 선을 그었다. 을지재단은 2대 주주가 된 박준영 이사장 개인 주주 몫 사외이사 선임을 요구했지만, 연합뉴스TV 사외이사추천위원회에서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진다. 최헌호 이사는 “연합뉴스TV 개국 이후 11년간 지속된 불공정의 고리를 끊고 싶었다”며 “IBK저축은행(전 예솔저축은행) 주식은 이미 지난해 11월 시장에 나와 있었는데 불현듯 경영권을 찬탈하기 위한 시도라고 비난받고 있다”고 말했다.


전례 없는 정부구독료 예산 50억원대 삭감으로 인한 혼란도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구독료가 대체로 해외 특파원 비용 등 공적 기능 수행을 위한 비용으로 쓰이는 만큼 인적·물적 투자가 감소할 수 있다는 내부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달 30일 정부는 2023년 예산안에서 연합뉴스 내년 정부구독료를 올해(328억원)보다 15% 삭감된 278억6000만원으로 편성했다. 2003년 제정된 뉴스통신진흥법에 따라 연합뉴스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 지정돼 해외 뉴스, 재난 뉴스 등 공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매년 정부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2017년 339억원, 2018년 332억원, 2019년 332억원, 2020년 319억원, 2021년 328억원의 정부구독료 예산이 편성됐다.


정부 예산안 확정에 앞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연합뉴스와 내년도 정부구독료 예산을 협의하는 단계에서 대폭 삭감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향후 연합뉴스 정부구독료 예산 삭감 기조에 대해 “예측은 어렵다”면서도 “개별 부처들은 기획재정부의 재정 기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재정 긴축 기조가 이어진다면 개별 사업 예산만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고 말했다.


정부 예산안은 국회로 넘어갔다. 국회에서 예산 심의가 끝나는 12월에 최종 예산안이 확정될 예정이다. 다만 예산 증액을 위해선 정부의 동의 절차가 필요한 만큼 사실상 정부구독료 증액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2022년도 정부 예산안 예비 심의 과정에서 특파원 증원·신설을 위해 정부구독료 30억원 증액을 의결했지만, 정부 동의를 받지 못해 무산된 바 있다.


연합뉴스는 국회 심의 과정에서 삭감 폭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연합뉴스 관계자는 “연합뉴스 정부구독료 중 공적 기능 수행 비용이 큰 폭으로 삭감됐다”며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연합뉴스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설명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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