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최대 매출을 기록하고도 올해 전년과 같은 ‘2.5% 임금인상’ 통지를 받아든 세계일보 기자들의 불만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 입사 18년차의 17기 기자들을 시작으로 16기, 18기, 19기 기자들이 차례로 성명을 내어 임금 정상화와 만성적인 인력 부족 해소, 처우 개선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기자들은 성명에서 2020년 신사옥 이전으로 그토록 기대하던 ‘용산 시대’가 열렸으나,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2004년 입사한 16기 기자들은 “입사 당시와 비교해 현재 절대로 세계일보가 나아지지 않았다고 감히 평가한다”고 했다. 18기 기자들도 “날로 갈수록 부족해져 가는 인력, 신문의 질적 저하, 그 속에서 선택과 집중은 하지 못한 채 사고 한번 나면 네 탓 남 탓만 하기 바쁘다”며 “이에 더해 물가인상률도 안되는 2.5%의 연봉 인상과 가속화하는 동료들의 이탈을 바라보며 우리는 허탈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세계일보는 2020년 11월 지금의 사옥으로 이전한 뒤 “제2 용산시대”를 선언하며 “제2 창간의 각오”를 밝힌 바 있다. 용산시대 2년차인 지난해는 최근 10년간 최대 매출(501억원)과 4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임금은 올해까지 2년 연속 2.5% 올리는 데 그쳤다. 그사이 ‘비선실세 정윤회 문건’ 특종 보도의 주역을 포함해 여러 명의 기자가 회사를 떠났고, 남은 기자들은 만성적인 인력난과 비전 부재에 대한 해결을 요구해왔다.
기자들의 성명에 정희택 사장은 “소통하겠다”고 했고, 사측 역시 노사협의회를 통해 계속 대화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2.5%의 임금인상률은 번복할 수 없다고 했다. 세계일보 관계자는 “올해 세팅된 건 중간에 변경할 수 없다. 올해까지는 보수적인 인상 폭에 성과가 나면 상여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가고, 내년부터는 물가인상률 등 여러 가지를 반영해서 회사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기본급을 인상하는 방안 등을 고민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노사협의회가 열린 이후에도 기자들의 성명은 이어지고 있다. 19기 기자들은 최근 성명에서 “무감각한 경영진의 행태에 세계일보의 희망은 사라져 뿐이다. 세계일보란 이름을 더는 부끄러워하고 싶지 않다. 경영진은 기자들의 절규에 귀 기울이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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