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운 한국기자협회 199개 언론사 1만1000여 회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022년 8월 17일, 오늘은 한국기자협회 58번째 생일입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거리두기 4단계 격상으로 기념식조차 치르지 못했기에 2년 만에 생일상이 차려졌습니다.
한국기자협회는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군사정권이 언론을 규제하려고 시도한 ‘언론윤리위원회법’ 철폐를 위한 투쟁의 구심체로 1964년 8월17일 창립했습니다. ‘언론윤리위원회법’은 박정희 정권이 언론을 통제하려고 한 비민주적 악법입니다. 선배 기자들은 이를 저지하고 언론자유를 지켜내기 위해 한여름 열기보다 더 뜨겁게 결의를 다졌고 결국 법의 폐기를 이끌어냈습니다. 한국기자협회는 이처럼 선배 기자들의 언론자유 정신으로 창립했습니다. 이후에도 1975년 동아·조선 해직 사태, 1980년 신군부의 기자 대량 해고, 2008년과 2012년 YTN·MBC 기자 대량 해직 사태 등 정치권력과 사주들의 야만적인 탄압에도 결코 굴하지 않으며 꿋꿋하게 성장해왔습니다.
그리고 오늘, 창립 58주년을 맞았습니다. 질곡의 세월을 견뎌냈지만 오늘의 언론 상황은 또다른 위기에 놓여있습니다. 언론을 향한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습니다. 기자를 지칭하는 비속어가 자연스러워지고, 기자들이 희화화되는가 하면 자칫 언론 본연의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도 여전히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있습니다. 자본 권력의 언론 침탈도 저널리즘의 위기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언론에 대한 지탄과 비난이 심하지만 언론과 기자가 없는 세상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요? 미국 건국의 주역이자 미국 3대 대통령을 지낸 토마스 제퍼슨은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을 선택하겠다”라고 했습니다. 2000년대 초, 아버지 부시 대통령 시절에 백악관 언론비서관으로, 초대 대변인으로 활약한 애리 플라이셔는 기자들과 끊임없이 대척점에 서 있었습니다. 언론을 통제하려 하지도, 그렇다고 언론에 끌려다니지도 않았던 그는 퇴임 후 ‘대변인’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소회를 밝혔습니다. “기자들이 투덜대는 만큼이나 나 자신을 포함한 많은 미국인들이 거꾸로 기자들에 대해 투덜댄다. 하지만 기자들의 업무가 우리나라의 자유에 없어서는 안 될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빈대 몇 마리 잡으려다 기자 전체를 위축시키고 나아가 언론 본연의 기능마저 훼손시켜 초가삼간을 모두 태우려는 이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기자는 여전히 권력을 감시하고 소외된 이웃이 없는지 관심을 갖습니다.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고 방향을 제시합니다. 새로운 소식을 전하기 위해 취재하고 올바른 판단을 돕도록 정보를 제공합니다. 녹록지 않은 환경에서도 기자의 역할을 묵묵히 해내는 회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언론을 업으로 삼은 우리 기자들의 몸속엔 면면히 흐르는 기자 정신이 있습니다. 냉철한 이성과 뜨거운 가슴, 진실을 밝혀내고자 하는 집념과 열정, 불편부당과 정론직필입니다. 이것이 허위 거짓 정보, 오염된 정보들이 판치고 있는 오늘의 환경에서 우리가 가슴에 새겨야 할 덕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과중한 업무와 속보 경쟁에 대한 부담과 압박이 쌓여가고 있겠지만 그렇다고 나태해져선 안됩니다. 언론의 본령을 회복하기 위해선 속도가 아니라 올바른 방향입니다. 그 방향의 끝에는 진실이 있습니다.
우리의 선배들이 언론악법을 저지하고 언론자유를 지켜냈듯이 저널리즘의 추락을 막아내고 언론의 본령을 지켜내는 것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몫입니다.
한국기자협회가 100년이 되는 해, 2064년 8월17일. 오늘 우리가 언론자유를 지켜낸 선배 기자들을 자랑스러워하듯 창립 100주년 기념식에 모인 후배 기자들이 42년 전 위기의 언론을 지켜낸 오늘의 기자들을 자랑스러운 선배로 기억할 수 있도록 모두 함께 노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국기자협회가 앞장서겠습니다. 그리고 협회는 회원 여러분들이 긍지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언론 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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