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비뚤어진 욕망, 아이비 캐슬

[제382회 이달의 기자상] 이정원 한국일보 사회부 기자 /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이정원 한국일보 기자

“한국식으로 매일 책상 앞에서 달달 외우게 하느니, 논문 쓰고 외부 활동 시키는 게 훨씬 창의적인 교육 아닌가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자녀와 처조카들의 ‘스펙’ 논란이 처음 불거진 5월. 한 장관 자녀가 재학 중인 인천 송도의 국제학교를 찾았습니다. 교문 앞에서 만난 학부모는 “대체 뭐가 문제냐”며 기자를 당황케 했습니다. 의혹투성이인 각종 논문과 외부활동은 ‘선진 교육’의 산물일 뿐이라는 확신. 취재 자체가 한심하다는 듯한 눈빛. 논란의 본질을 교묘히 비껴간 답변이었지만, 반박할 말을 곧장 찾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편법 스펙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미국행 항공편을 결제하고 있었습니다. 논란의 진원지인 미국 외에도 국제학교가 모여 있는 제주도와 송도, 유학원이 밀집된 압구정을 찾아 ‘선진 교육’이라 불리는 입시의 실상을 마주했습니다. 결론은 명확했습니다. 해외 명문대 입학을 위해 타인의 저작물을 짜깁기하고, 약탈적 학술지에 수준 미달 논문을 올리는 등의 행태는 결코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니었습니다. 미국까지 소문이 자자한 ‘K-사교육 확장판’에 불과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편법과 위법으로 얼룩진 욕망을 정당화해선 안 된다는 마음으로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같은 마음으로 용기를 내 취재에 협조해주신 모든 분들께 이 후기를 빌려 감사 말씀을 전합니다.


매일 아침 헤어져 밤 12시 상봉하기를 반복했던 현지취재 일정은 같은 팀 조소진 선배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저연차 기자 둘을 믿고 긴 취재를 이끌어주신 강철원 사회부장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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