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경남에서 잇따라 발생한 급성 간중독 사건 이후 몇 개월이 지났을 때였다. 사건이 세상의 관심에서 잊히고 있을 시점이었다. 그때 보도국 선배가 물었다. “이거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비슷한 거 아냐?” 사실 그랬다. 약 1800여명이 가습기 살균제가 어떤 성분인지 모르고 사용하다 목숨을 잃었다. 급성 간 중독 사건도 마찬가지다. 창원 두성산업 노동자 16명과 김해 대흥알앤티 노동자 13명도 자신들이 사용하는 세척제가 어떤 성분인지 모르고 쓰다 간중독 판정을 받았다. 지난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뒤 첫 직업성 질병인 경남 급성 중독 사건 기획취재는 그렇게 시작됐다.
피해 노동자들의 요구는 너무도 당연했다. ‘유독물질이 들어간 세척제의 성분을 정확히 알고 쓰게 해달라!’ MSDS(물질안전보건자료)가 허위로 조작돼 노동자는 독성물질의 성분을 알 길이 없었다. 정부는 화학물질 등록 체계만 갖추고 있지 실제 어떤 성분인지 검사하고 관리감독 하지 않았다. 취재 자문을 준 김병훈 민주노총 경남본부 노동안전보건국장님, 이철호 경남근로자건강센터장님, 그리고 이번 기획을 ‘심폐소생’시켜 끝까지 끈을 놓지 않는 정기형 기자께 감사를 전한다.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