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협회보 기자는 언론사와 기자를 취재해서 기사 쓰는 일을 한다. 일 자체야 다른 기자와 비슷하겠으나 ‘언론’을 주요 취재대상으로 삼는 게 좀 특수하다. 이 특수한 경험은 언론과 기자의 언론대응을 겪어보는 묘한 과정이기도 하다. 취재와 보도를 ‘하는’ 주체에서 ‘당하는’ 대상으로 자리가 바뀔 때 제 모습을 드러내는 언론사의 몇몇 문제들을 적어둔다. 언론계에 산재한 과제들이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나는 듯 해 고민을 환기하고자 한다.
#최근 한 언론에 디지털 전환 관련 취재요청을 했다. 해당 매체는 기조실(가칭)을 통해서만 실무자 취재가 가능하기에 취지, 주요 질문을 적어 전달했다. 며칠 후 사측이 답변서를 보내왔지만 내용이 충분치 않다고 생각했다. 실무자에게 직접 전화했지만 ‘직접 대답은 어렵고 추가 질의를 주면 회사가 답을 주겠다고 한다’는 말을 들었다. 다시 질문지를 짜서 사측에 보냈다. 전해들은 얘기와 다르게 회사는 ‘더 이상의 답은 어렵다’고 했다. 규모와 영향력에 비해 디지털 전환이 더뎠던 매체가 여러 전향적 행보를 보여 조명하려 했다. 소위 ‘까는’ 기사가 아니었다. 이런 경우 보통 사측은 가능여부만 판단하고 실무자에게 연결해준다. 그렇게 해도 ‘영업비밀 노출’이 되는 일은 드물다.
거절할 수 있다. 그런데 사내 소통 오류로 헛수고를 했다. 별도 요청한 개인 인터뷰에 허락이 나기까진 하루 이상이 걸렸다. 타 매체에선 30분 이내 연락이 온다. 오래 전 다른 사안을 문의했을 땐 마감을 넘겨 답이 왔다. 디지털 부문 등에서 여러 시도 중인 기자들에게선 자신들의 노력이 더 알려졌으면 목소리가 나오는데 이런 체계에선 불미스러운 사건사고가 아니고선 굳이 연락을 안 하게 된다.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기조실의 보신주의가 리스크가 된다. 기업으로서, 나아가 언론사란 특수한 조직문화를 고려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인지도 의문이다.
#몇 년 전 기자협회보 동료기자는 한 출입처에서 벌어진 일을 취재하고 있었다. 여러 출입기자에게 연락을 해 자초지종을 들었고, 그 중 한 기자에게 ‘많이 바쁘실 텐데 괜찮은 시간대를 알려주시면 맞춰서 연락드리고 말씀을 들어보려 한다’고 문자를 남겼다. 잠시 후 답장엔 “바쁠 듯요. 죄송 ^^”이라고 적혀있었다. 한참 후 다른 건으로 이 기자를 취재하고 받은 문자엔 ‘취재를 제대로 안하신 것 같아서 추가로 이런저런 걸 적어 보낸다’고 써 있었다. 언론사 관계자가 쓸데없는 말을 하는 일은 많다. 모 언론사 대표는 몇 년 전 사내 기자들 반발에 해명하며 “내가 기자 30년을 해서 아는데” “협회보에 광고를 많이 했다”는 말을 했다. 실패한 PR 사례에 불과할지 모른다. 다만 할 말 못할 말 모르는 무심함과 무례함은 기자사회 밖에서도 드러날 것이다. 자신에 대해 쓰는 이에게 이런 태도를 보이는 사람이 쓰는 입장에선 얼마나 안하무인일지 나는 상상이 잘 안 된다.
#내부 목소리를 가장 크게 전해줘야 할 노조위원장, 기자협회 지회장이 “회사에서 안 좋게 본다”며 말을 아낄 때가 있다. 많은 매체에서 노조위원장은 임협만 신경 쓴다는 얘기가 있다. 사내 어떤 현황을 물으면 ‘모른다’고 하고, 이미 기사가 나온 건의 경위를 물어도 ‘지금 알았다’고 눙친다. 지회장은 임기만 채우고 끝나는 일이 태반이다. 사별 분위기는 천차만별이지만 언론사 편집·보도국 전반이 점점 조용해지는 것은 체감이 된다. 최악의 편집국은 ‘침묵의 편집국’이라고 배웠다. 여전히 시끄럽게 말해주는 많은 기자들이 고립되지 않았으면 한다. 취재에 응하지 않아도 좋고, 필요할 때 이용만 해도 좋다. 다만 이들을 지키기 위해서 노조나 지회는 적어도 지금보다는 더 시끄러워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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