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 (76) 매일 2만 마리, 한해 800만 마리가…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오승현(서울경제), 김혜윤(한겨레), 안은나(뉴스1), 김태형(매일신문), 김진수(광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경북 문경의 한 국도 변. 유리창 방음벽엔 최후의 순간이 고스란히 찍혔습니다. 이른 아침 산속 둥지서 도로 너머 먹이터로 나서기라도 한 걸까요. 마치 활공하듯 비스듬히 나는 모습이 평화롭기 그지없습니다. 그게 마지막이었습니다. 멧비둘기는 영문도 모른 채 충돌흔을 남기고 갔습니다. 2년 전 일이었습니다.


유리 방음벽, 투명한 빌딩이 날로 늘고 있습니다.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매일 2만 마리, 한해 800만 마리의 새들이 이렇게 죽어갑니다. 새들도 우리처럼 맑은 유리창은 좀 채 알 수 없기 때문이죠.


미국 조류보전협회 연구 결과 새들은 세로 5cm, 가로 10cm 이하 공간은 피해서 난다는 ‘5×10규칙’을 발견했습니다. 이에 따라 도트 등 문양으로 5×10 법칙을 적용한 버드 가드 필름(조류 충돌방지 필름)을 유리창에 붙여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지난 5월, 마침내 조류충돌 방지대책이 담긴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습니다. 방지대책은 공공 건축물에 우선 적용될 예정입니다. 시끄럽다고, 뷰가 좋다고, 우리가 편하자고 설치한 유리창. 이 때문에 더 이상 자연의 친구들이 속절없이 당하는 일이 없도록 지혜를 모을 일입니다.

김태형 매일신문 기자 (매일아카이빙센터장)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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