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팝업·어뷰징 사라진 국제신문… "지역 공동체 가치 구현 고민"

[지역언론 디지털리포트 / 국제신문]
미래전략 뉴스레터 '뭐라노'
월~토 부울경 소식 단 3줄로 요약
부산 3040 직장인 타깃, 확장 모색
회사 대표하는 오프라인 브랜드화

부산말 사전, 부마항쟁 다큐 등
디지털 콘텐츠도 지역성에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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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디지털’을 빼고 ‘언론’을 이야기할 수 없는 시대입니다. 이제 디지털은 혁신 이전에 언론사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저마다 전략을 세우고 고군분투하는 지금, 지역언론은 어떨까요? 기자협회보는 디지털 항해에 나선 지역언론을 직접 찾아가는 ‘지역언론 디지털 리포트’를 시작합니다. 이들이 세운 디지털 전략과 그동안 경험한 크고 작은 성과, 고민 등을 나눕니다.

부산의 또 다른 유력지 국제신문의 디지털 지향점도 지역성과 우리 독자 확보다. 국제신문 뉴스레터 브랜드 ‘뭐라노’가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 언론계에 뉴스레터 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2019년 11월, 국제신문은 지역언론에서 처음으로 뉴스레터 전용 디지털 콘텐츠를 선보였다. 매주 월~토요일 구독자와 만나는 뭐라노는 그날그날 꼭 알아야 할 부울경 소식을 단 3줄로 요약해준다.

국제신문 디지털 전담부서는 그동안 편집국과 별도로 운영되다가 지난해 10월 온·오프라인 벽을 허물자는 취지로 편집국 안에 배치됐다. 현재 명칭은 디지털부문이다. /여주연 국제신문 기자


뭐라노는 국제신문 디지털부문이 제작한다. 사실상 국제신문에서 디지털을 전담하는 유일한 조직이다. 한동안 편집국과 분리된 ‘디지털국’이었다가 지난해 10월 온·오프라인 벽을 허물자는 취지로 편집국 안으로 들어가면서 부서명이 바뀌었다. 부문장과 디지털콘텐츠팀장, 기자 3명, PD 5명, 에디터, 개발자, 디자이너, 회계담당자 등 16명이 멀티플레이어로 일한다.

◇뉴스레터, 디지털 넘어 미래 전략이 되다
뭐라노 탄생 후 초반 1년간은 뭐라노를 기획한 이동윤 국제신문 디지털부문 기자가 제작부터 발송까지 전담했다. 지금은 팀 전체가 공동육아 하듯 뭐라노를 관리한다. 그동안 몇 번의 개편을 거치면서 3줄 요약 포맷은 유지하되, 이노성 디지털부문장이 하나의 이슈를 A4 반 장 분량으로 쉽게 설명하는 ‘에디터스 픽’(Editor’s PICK)과 영상 콘텐츠를 추가해 호응을 얻고 있다.


뭐라노의 주요 구독자는 부산에 사는 3040 직장인이다. 구독자 수는 지난해 1만명을 돌파한 이후에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한다. 구독자층을 20대까지로 확장하기 위해 지난해 9월 ‘라노’라는 캐릭터를 만들고 서사를 부여했다. 라노는 뭐라노의 마스코트이자 구독자와 직접 소통하는 화자로 활동하고 있다.


인력이 늘 부족한 지역언론에서 데일리 뉴스레터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덴 몇 가지 비결이 있었다. 일단 분량이 짧아 제작자도, 받아보는 이들도 부담이 덜하다. 일손이 부족해 한 명이 도맡는 대신 부서 전체가 분담했더니 담당자의 슬럼프나 번아웃을 막은 셈이 됐다. 결정적이었던 건 뭐라노를 단순한 콘텐츠가 아니라 회사 차원의 미래 전략으로 접근했다는 점이다.


이동윤 기자는 “기획 단계부터 뭐라노를 통해 국제신문이라는 회사의 브랜드를 리뉴얼하고 새로운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결과적으로 뭐라노를 이어온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제 기획 취지를 실행에 옮기는 단계다. 뭐라노를 디지털 콘텐츠로 국한하지 않고, 국제신문을 대표하는 오프라인 브랜드로 확장할 계획이다. 오는 9월 한 달간의 오프라인 강좌를 진행하는 ‘뭐라노 클래스’가 그 시작이다. 디지털부문은 지난해 구독자 1만명을 기념해 열었던 독자 콘서트에서 오프라인 이벤트의 가능성을 봤다.


하송이 디지털콘텐츠팀장은 “뭐라노 브랜드를 어떻게 하면 장기적으로 가져갈 수 있을까, 우리가 추구하는 ‘지역 공동체’라는 가치를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갈 것인가를 계속 고민해왔다”며 “같은 지역에 살며 동질감을 느끼는 사람들,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이들을 모으는 구심점 역할을 우리가 해보자는 목표로 오프라인 클래스를 시도한다”고 말했다.

◇디지털에서도 진심이 통한다는 믿음
이들이 만든 다른 디지털 콘텐츠들도 지역성에 초점이 맞춰있다. 2년 전 청년들의 탈 부산 현상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청년 졸업 에세이’와 지난해 부마민주항쟁을 다룬 다큐 ‘10월의 이름들’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부산말 사전’도 지역언론이기에 선보일 수 있는 작품이다.


온라인 전용 기사도 마찬가지다. 국제신문은 지난해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지역매체 특별심사’를 통과해 네이버, 다음과 뉴스제휴 계약을 맺었다. 올 초부터 두 포털에서 인링크(포털 페이지로 유통)로 뉴스를 서비스하면서 전국 독자와 만나고 있지만, ‘정론 지역지’라는 본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하송이 팀장은 “부서에 온라인 전담기자가 없어 조회수용 기사를 쓸 여력도 없지만, 그런 기사를 지양한다는 걸 다들 알고 있다”며 “포털 입점 후 오전 시간대에 온라인 기사를 내고 있는 취재부서 기자들의 업무 부담이 늘었다”고 말했다.


한때 국제신문은 팝업광고로 뒤덮은 홈페이지와 어뷰징 기사로 큰 수익을 올렸었다. 하지만 3년 전부터 달라졌다. 단기간 수익보다 독자 신뢰가 더 중요하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고 이노성 부문장은 말했다.


이 부문장은 “수입은 늘지만 언론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신뢰가 깎이는데 이게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체질을 개선한 지금은 그때 매출을 넘어섰다”며 “디지털 시대에도 우리가 공을 들이고 진심으로 다가가면 결국 독자들이 알아봐 주더라. 단지 시간이 걸릴 뿐인데 우리 언론이 그걸 못 기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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