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과 언론노조 TBS지부가 2일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추진 중인 ‘TBS 조례 폐지 조례안’을 철회하고 사회적 논의를 위한 ‘지역공영방송특위’를 설치하라고 촉구했다.
언론노조와 TBS지부는 기자회견문에서 “공영미디어인 TBS의 저널리즘과 역할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사회적 논의에 부쳐 점검하고 보완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국민의힘 시의원들은 사회적 논의 대신 개원 직후 조례 폐지안 발의를 단행했다”며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가게에 맘에 드는 물건 없다고 다짜고짜 문 닫으라는 식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일방행정이자 정치적 폭력, 생존권 유린”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태에 기름을 붓는 이가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이다. 국민의힘 소속인 김 의장은 지난달 22일 KBS 라디오 ‘최영일의 시사본부’ 인터뷰에서 TBS 노조 등이 요구한 지역공영방송특위 설치와 대화 요구에 대해 “노조와의 절충안은 현재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일축하며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아직 해당 상임위(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논의를 시작조차 하지 않았는데 일방적으로 ‘처리’ 목표부터 제시한 것이다.
언론노조와 TBS지부는 “현재 TBS에 반드시 필요한 논의는 3년 차 TBS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와 자리매김 방향을 모색하는 일이다. 아울러 공적 재원 조달의 연속성 담보, 상업광고 허용 등 규제 변화, 지역공영미디어로서의 법률적 근거 등 TBS를 둘러싼 제도적, 구조적 취약성과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서울시의회 산하에 공영방송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사회적 논의를 하자고 제안했다. 현재 문광위에서 논의 중인 ‘TBS 조례 폐지 조례안’ 관련 공청회 및 토론회도 공영방송 특위 주체로 이관해 서울시민의 참여를 폭넓게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TBS 폐지 조례안 논의를 TBS에 국한된 문제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윤 위원장은 이를 “대한민국 공영미디어 전체를 민영화하고 시민의 목소리 대신 소수재벌과 대기업들에 미디어 시장과 여론시장 주도권을 넘겨주기 위한 첫 단계로 규정한다”면서 “수년간 노력해왔던 공론장에서 시민 목소리를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일거에 무위로 돌리는 폭거”라고 비판했다.
윤 위원장은 따라서 TBS 폐지 조례안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고 밝힌 뒤 “TBS를 둘러싼 최근 논란은 그동안 양심적이고 헌신적인 시민사회와 다양한 시민들로부터 쏟아져 왔던 혁신 요구를 제대로 받아내는 진정한 내부 혁신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소모적 논쟁의 종지부를 찍고 구성원의 생존권과 시민 요구를 동시에 수용해서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TBS에선 내부 개혁을 위한 논의가 뒤늦게나마 시작됐다. 조정훈 TBS지부장은 “가칭 ‘내부 개혁위원회’ 같은 이름으로 시민의 비판과 의견을 점검하고 명확히 설명하는 등 TBS가 서울미디어재단으로 재출범한 뒤의 시간을 점검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논의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폐지 조례안과 관련해선 TBS 양대 노조가 서울시의회 문광위원장과 면담을 했으며, TBS 사측에서도 면담을 진행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 지부장은 “결국에는 같이 모여서 얘기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조 지부장은 TBS 양대 노조가 폐지 조례안 철회와 함께 이강택 대표이사의 사퇴를 촉구한 것을 두고 ‘조례안 철회를 위해 거래를 시도한다’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 유감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 선거 전부터 정치 지형의 변화를 예측하고 대응을 점검하고 확인할 것을 (경영진에) 요구했으나 계속 묵살돼 왔다. 이번에 폐지 조례안이 나오니까 구성원들의 불만이 같이 나온 거지 대표 사퇴로 딜(협상)을 하겠다, 이런 논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어준 말고 ‘공영방송’ 문제를 얘기하자”
그는 “가장 아쉬운 게 주변에서도 결국 그 얘기를 한다. ‘김어준 언제까지 해? 김어준 계속한대?’ 이러면 공영방송의 본질, 공영방송의 필요성 이런 것들이 다 사라지고 그거 하나로 끝난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정치적 색깔을 최대한 빼서 공영방송이 어떻게 가야 하는가, TBS가 어떤 공적 책무를 해야 하고 시민에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에 논의의 초점이 맞춰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뉴스공장은 4~5년 동안 청취율 1위를 한 프로다. 물론 완벽한 프로가 아니고 안주하면 안 된다. 하지만 왜 청취율이 15%가 나올까도 고민해줘야 한다. 한 가지 문제만 가지고 얘기하는 게 아니라 문제를 같이 올려놓고 얘기해야 해결책과 개선방안이 나오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윤창현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TBS 폐지 조례안에 이어 KBS 수신료 폐지 문제까지 언급한 것을 지적하며 “언론노동자의 생존권과 민주주의 위협하는 상황이 도래한다면 무슨 방법을 선택해서라도 반드시 저지해내겠다. 이 문제를 국민의힘이 지금처럼 무지막지하게 앞뒤 가리지 않고 과격하게 다룬다면 추락하고 있는 정권 지지율이 지하실로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고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