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기사 단골 출입처 된 '아프니까 사장이다'

직원·손님 뒷담화 등 그대로 보도
직접 취재 없이 '받아쓰기' 악순환
기사 작성자 대부분 닷컴·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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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배달취소→230만원 피해…믿었던 알바의 배신> <1시간 동안 9건 ‘주문취소’한 직원…나무라니 “그만두겠다” 통보> <몰래 주문취소 남발하고 그만둔 직원…사장 “경찰에 고소 예정”>


최근 아르바이트 직원이 임의로 주문취소를 해 가게에 손해를 끼쳤다는 하소연이 언론에 잇따라 보도됐다. 고의적인 주문취소는 “엄연히 처벌대상”이며 형법 제314조 업무방해죄에 해당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덧붙인 기사도 여럿이었다. 이런 기사엔 ‘알바’를 비난하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하지만 드물게 이런 댓글도 있었다. “양쪽 모두에게 취재하고 기사 쓴 거냐?” 여기에 달린 대댓글. “게시판 그냥 긁어온 거예요. 나중에 반대쪽 항변 나오면 ‘사실은 이랬다’로 한 번 더 공짜숙제함. 그것이 기자의 워라밸.”


위에 언급한 사연은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올라왔던 것이다. ‘아프니까 사장이다’(줄여서 ‘아싸’라 함)는 109만명 이상이 가입한, 네이버 선정 ‘2021년 대표 인기카페’다. 바로 이곳이 요즘 온라인 담당 기자들 사이에 ‘뜨는 출입처’다. 이곳에서 자영업자들이 털어놓는 고충, 고민, 그리고 직원과 손님에 관한 ‘뒷담화’들이 그대로 언론에 보도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지난 1월 혼자 카페를 운영 중인 여자 사장이라고 밝힌 작성자가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올린 사연이 언론에 보도됐다. 이런 기사는 사연 글과 댓글 등을 인용해 쓰이는데, 기자가 직접 확인한 내용은 없는 경우가 많다. /빅카인즈 검색 결과 캡처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빅카인즈에서 ‘아프니까 사장이다’로 검색해 보니 해당 카페를 언급한 기사(통신사 제외)는 2018년 4건, 이듬해 6건에 불과하다 2020년 38건으로 소폭 늘었다. 그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증하기 시작, 2021년 한 해 동안 317건이 보도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상반기(1~6월)에만 276건이 보도돼 하루 평균 보도 건수로는 지난해를 뛰어넘었다.


초창기 ‘아싸’ 카페 언급은 기사 내용을 거드는 수준에 불과했다.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등에 관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여론 동향을 알아보는 참고자료였던 셈이다. 코로나19 이후엔 재난지원금 지급,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패스 등에 관한 민심을 파악하는 바로미터이자 일부 사례로 언급됐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는 카페에 올라온 글과 사진이 그 자체로 기사가 되는 일이 많아졌다. ‘좋은 손님 진상 손님’, ‘우리 직원 이야기’ 등의 게시판에 올라온 사연이 자극적인 제목을 단 기사로 보도되고, 이게 화제가 되면 비슷한 기사가 다른 매체에서도 쏟아진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받아쓴 기사들이 대개 그렇듯 직접 취재한 내용은 거의 없고, 작성자도 상당수는 ‘닷컴 기자’거나 인턴 기자다. 직접 검증한 내용이 아니니 글의 허위 여부나 사건의 진실은 당연히 알 수 없다. 그런데도 ‘사장님’ 일방의 주장만 듣고 직원(알바)의 처벌 가능성을 운운하고, “요즘 알바들 왜 이래?”라고 기사에 쓴다.


물론 ‘별점 테러’ 등 블랙컨슈머(악성 소비자) 문제는 관련 시스템 개편 요구가 높은 중요한 이슈이기도 하다. 일부 언론은 ‘아싸’에 올라온 사연 등을 토대로 실제 현장을 찾아가 자영업자들의 고충을 세세히 듣고 전문가 제언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수의 언론 보도처럼 자영업자들의 하소연을 단순히 받아쓰는 기사는 악성 댓글만 부를 뿐이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댓글 분석을 최근 하고 있는데, 단순하게 보도되는 기사에는 댓글이 어마무시하게 달린다. 감정을 배설하는 용도로 쓰이는 거다. 그건 공론장이 아니다. 반면 제도 개선이나 예방을 위한 차원에서 보도했을 때는 (댓글에서도) 그나마 정제된 언어들이 나온다”면서 “건강하지 못한 시스템으로 계속 가선 안 된다. 언론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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