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미디어 혁신사례, 국내 언론서 통하지 않는 이유는…

신문협회 '해외 미디어 혁신 사례 통해 본 국내 신문 산업의 미래 전략'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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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인류에 재앙으로 다가왔던 코로나19 대유행은 오히려 전 세계 언론엔 위기이면서도 기회였다. 광고 매출과 단가가 크게 감소하면서 언론사 수익은 급감했지만, 동시에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에서 기성 언론사가 다시금 믿을 수 있는 주요 뉴스 공급자의 위상을 되찾아서다. 다만 이 이중적 효과는 모든 매체들에 고르게 작용하진 않았다. 디지털 환경에 맞춰 미리 준비했던 언론사들은 수익 상승을 맛본 반면 광고에 의존하던 매체들은 매출 급감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아낼 수밖에 없었다.

신문협회가 펴낸 ‘해외 미디어 혁신 사례를 통해 본 국내 신문 산업의 미래 전략’ 보고서는 유료 콘텐츠 제공자, 창의적 광고주, 데이터 생산자 등 13가지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한다.


그렇다면 국내 언론사들은 전자와 후자 사이 어디쯤에 있었을까. 후자라는 생각이 든다면 지난 15일 한국신문협회가 공개한 ‘해외 미디어 혁신 사례를 통해 본 국내 신문 산업의 미래 전략’ 보고서를 참고할 만하다. 이 보고서엔 세계신문협회가 매년 해외 신문의 분야별 혁신 성공 사례를 조사해 소개하는 ‘신문의 혁신 2022’ 번역본과 이 혁신 사례들을 분석해 대응 전략을 제시한 ‘국내 신문의 미래 전략 보고서’가 함께 담겨 있다.


보고서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뉴스 미디어의 생존을 위해 독자들이 디지털에서 지갑을 열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자가 언제 지갑을 여는가, 더 많은 대가를 지불할 수 있는 독자는 누구인가, 구독을 유발하는 뉴스의 특징은 무엇인가,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는 뉴스를 제작하고 있는가, 구독을 유지하게 할 방법은 무엇인가.’ 보고서는 대다수 해외 미디어 성공 사례가 결국 이 질문들에서 출발하고 있다고 말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독자들이 지갑을 여는 시점과 어떤 독자가 돈을 지불하는지에 대한 물음은 결국 독자가 누구인지 이해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유료화 모델에 앞서 독자가 누구인지 제대로 분석하고 그에 맞춰 지불 장벽 모델을 설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마침 보고서엔 다양한 지불 장벽 모델이 제시되는데 다만 그 결론은 모든 언론사에 적용 가능한 모델은 없다는 점, 그래서 자사에 맞는 적절한 모델이 개발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구독을 유발하는 뉴스의 특징도 생각해볼 만한데, 이 질문은 결국 매력 있는 뉴스의 내용과 형식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보고서엔 팝업 뉴스레터, 라이브 블로그, 팟캐스트, 비디오 및 라이브 스트리밍, 독자들을 위한 조언 칼럼 등 다양한 시도가 소개되고 있다.


보고서의 두 번째 핵심은 뉴스 미디어의 수익 모델이 예상보다 훨씬 다양하다는 점이다. 가장 핵심적인 수익 모델은 물론 구독자 매출 모델이지만 보고서에선 이 외에도 12가지의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한다. 그 중 하나는 독자 데이터의 수집과 활용을 통해 맞춤형 기사 제공뿐만 아니라 맞춤형 광고를 내보내는 방식으로 광고주를 끌어당길 수 있다는 점인데, 미국 뉴욕타임스의 경우 2020년 7월부터 독자적인 자사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이용자들을 45개의 계층으로 구분하고 이 정보를 고객사들에 제공하고 있다.


또한 성공적으로 개발한 콘텐츠관리시스템(CMS)을 타 언론사에 판매해 수익을 창출하거나 매체 전문성이나 브랜드 가치를 활용, 대학이나 디지털 교육 회사와 제휴해 다양한 온라인 강좌를 제공하는 사례들도 보고서에 제시되고 있다.


이 같은 시도가 가능하기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 있으니 바로 디지털 혁신이다. 보고서의 세 번째 핵심도 여기에 있는데, 그래픽 기사 편집기와 기계학습을 이용한 기사 추천, 고객관계관리 시스템 등 15가지 디지털 혁신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다만 디지털 혁신은 많은 자본과 노력의 장기적 투자가 필요하고 편집국 혁신 또한 동반돼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다. 그럼에도 보고서는 뉴스 미디어가 지속 가능한 수익모델을 확보하기 위해 디지털 혁신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조건이 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국내 언론에 위 핵심 내용들을 적용할 수 있을까. 대표적으로 언급됐던 디지털 유료 구독 모델이 가능한지부터 보면 국내에서 여러 형식으로 시도되고 있지만 의미 있는 성공 사례를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네이버 등 포털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 것이 지배적인 소비 방식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유료 구독 모델이나 지불 장벽에 대한 국내 언론사들의 실험과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다.


디지털 혁신의 경우에도 중앙일보의 ‘디지털 퍼스트’ 전략이나 조선일보의 ‘아크’ 도입이 한국 신문업계에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지만, 국내 신문의 디지털 혁신은 편집 및 제작 과정의 ‘종이 탈피, 디지털 전환’ 패러다임에 머무르는 것 같다고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성공 사례로 나온 해외 신문들이 신문 경영의 전 과정을 디지털 혁신의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과 다소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앞서 언급한 포털 중심 환경에서 뉴스의 유통과 소비 등의 과정이 언론사의 통제에서 벗어난 데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재국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독자들의 뉴스 소비 방식이 단시간 내 바뀔 수는 없기 때문에 현재의 구조에서 최대한의 결과를 얻어낼 수 있는 방향으로 혁신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포털과 언론 매체의 관계는 대중들의 뉴스 사용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분배 문제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데, 경영 개선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독자 데이터는 여전히 디지털 플랫폼이 독점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독자 데이터는 플랫폼과 언론매체, 그리고 독자들이 함께 생산한 것으로 그 통제권 또한 생산자들이 공동으로 행사할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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