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과의 대화' 아닌 '임원과의 대화' 한 MBN

[보도국장 임명동의 부결 후]
사측은 의견청취 반복, 지쳐가는 구성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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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아무런 대책도 없이 와서 이번에도 의견만 듣고 끝내겠다는 인상을 받았다.” “아직도 위에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게 문제.” 지난 14일 열린 ‘임원과의 대화’ 간담회에 참여한 기자들이 내놓은 평이다.


MBN 사측이 지난 8일 불거진 보도국장 임명동의 부결 사태 이후 개최한 간담회는 보도국 구성원 20여명이 모여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위정환 기획실장 겸 상무이사, 최은수 사업본부장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MBN 구성원은 ‘차기 보도국장 후보자 지명 기준’ ‘부결 사태 이후 구체적인 일정’ ‘임명동의 세부안 협의 방향’ 등 사측의 대안을 묻고, 보도국 개선 사항을 요구했지만 이렇다 할 답변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6일 서울 중구 MBN 사옥에서 MBN 구성원들이 보도국장 임명동의 투표를 진행하는 모습. /전국언론노조 MBN지부 제공


사측은 이달 말까지 부서·직군·기수별 간담회를 갖고 부결 원인을 파악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측이 의견 청취만 반복해 구성원들에게 피로감만 가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자들 대상으로 한 의견 수렴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A 기자는 “지난 5~6월 MBN 기자 대거 이탈 문제를 겪으며 보도국을 개선하자는 취지로 기자들 개개인에게 건의사항을 서면으로 받았다”며 “간담회에선 회사가 향후 계획을 먼저 제시했어야 했다. 해당 부분에 대한 피드백 없이 또 갑자기 고민을 들어보겠다고 해 의미가 퇴색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진지하게 얘기를 듣고, 실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경영지원국 쪽 임원이 간담회에 왔어야 하지 않느냐는 아쉬움도 남는다”며 “기획실 쪽에서 내려와서 얘기를 듣는다는 건 구성원 의견이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형식적인 건의사항 수렴 정도가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번을 계기로 사측이 직군별로 혼재된 갈등을 조율해 임명동의제를 안정적으로 지속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B 기자는 “이번 부결이 누적된 갈등과 불만 폭발이 원인인 건 맞지만 그 시점이 언제부터인지, 의제 자체가 정돈이 안 된 것 같다”며 “보도국 인력 중에 기자들이 절대다수가 아니고, 각 직군별 요구사항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직원들을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회사가 분명히 매듭을 져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노사 간 임명동의 세부안 확정도 남아있는 과제다. 지난 4일 MBN 노조는 보도국장 임명동의 투표에 앞서 사측에 △보도국 재적 인원의 50% 이상이 반대할 경우 보도국장 임명 철회 △부결 7일 이내에 다른 후보 재지명 등의 내용이 담긴 보도국장 임명동의제 시행규정을 보냈지만 당시 사측은 투표부터 진행하고, 나중에 세부안을 합의하자는 입장을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일 MBN 노조는 대의원 회의를 통해 나온 “세부안 협의에서 기존의 구두 협의된 신임투표 룰을 존중하되, 투표 방식에 있어 외근자, 휴가자 등의 투표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전자투표의 확대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을 사측에 전달했다.


나석채 전국언론노조 MBN지부장은 “조직원들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장치를 일단 마련한다는 점에서 임명동의제에 관한 세부 세부안 합의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사측이 그것조차도 하지 않고 시간만 끈다면 회사에 대한 구성원들이 오해만 쌓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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