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언론인’의 합성어인 ‘폴리널리스트(polinalist)’는 정치권이나 관계로 진출한 언론인을 뜻한다. 선거를 치를 때마다 수많은 폴리널리스트가 나왔고 지난 6·1 지방선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폴리널리스트를 직업 선택의 자유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특히 하루아침에 정관계로 직행하는 언론인들의 모습은 직업 윤리를 저버렸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 6월 선거 직후 대구시장직 인수위원회에 지역 신문사 현직 언론인 두 명이 참여하자 전국언론노조 지역신문노조협의회는 성명을 내어 “감시하고 비판해야 할 자가 감시받고 비판받는 자리에 있는 이 모순에서 지역언론의 윤리성, 공공성 훼손과 권언유착이라는 비판이 시작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직행 사례가 반복되는 일부 지역은 자성의 목소리마저 내기 어려운 형편이다. 전북 언론사의 한 중견 기자는 “이번 지선만해도 현직 기자 최소 5명이 캠프나 홍보실로 직행했다. 반복되는 궁색함을 두고 이른바 먹고사니즘을 앞세워 두둔하는 시각도 있다”며 “남은 이들도 크게 문제 제기를 하지 못하고 그저 부끄러워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지선 이후 충남에선 도지사 후보 캠프에 몸담았던 기자 출신 인사가 곧바로 지역 언론사 기자로 복귀한 일도 있었다. 대전충남 언론사의 한 기자는 “특정 캠프에서 그 후보 당선을 위해 뛰다가 후보가 낙선했다고 바로 언론사로 돌아오는 건 매우 부적절하다”며 “지역 기자사회에서도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 기자로 다시 채용한 언론사도 문제”라고 말했다.
위와 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 전북기자협회는 지난 2014년 폴리널리스트의 언론사 복귀를 제한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선거 캠프나 지방자치단체 홍보파트에서 활동한 기자 출신 인사가 언론사에 재입사하려면 2년간의 유예 기간을 둬야한다는 조항이다. 다만 2년 제한 기준은 지난 2019년 1년으로 완화됐다.
충북지역에서 폴리널리스트가 언론사에 재입사한 사례를 몇 차례 목격했다는 한 기자는 전북기협 같은 제한 규정이 없다면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기자는 “캠프에 갔다 온 기자를 다시 채용하지 않으면 되는데 지역언론이 인력난을 겪는 상황이라 아닌 걸 알면서도 다시 받아들인다. 지역언론이 처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며 “전체 기자협회 차원에서 관련 규약을 고민해봤으면 한다. 우리 기자들 스스로가 품격을 높이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