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국 이래 처음으로 시행된 보도국장 임명동의 투표가 불신임으로 끝나면서 MBN 내부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MBN 기자들은 이번 보도국장 임명동의 부결을 두고 지명자 개인보다 회사·경영진에 대해 불신이 누적된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MBN 보도국장 신임투표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8일 장광익 보도국장 지명자에 대한 임명동의 찬반 투표 결과 재적인원(253명)의 절반 이상이 반대해 보도국장 내정자에 대한 신임이 부결됐다고 밝혔다. 지난 6~8일 진행된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92.1%(253명 중 233명 참여)로 나타났다.
온라인 투표가 아닌 현장 투표임에도 투표율 92.1%가 반영하듯 기자들이 적극적으로 결집했고, 처음으로 경영진의 인사권에 반기를 들었다는 점에서 이번 임명동의제의 의미는 작지 않다. 특히 지난 4일 사측이 임명동의 투표 실시 전에 장광익 내정자 지명과 동시에 보도국장 인사를 낸 것을 두고 기자들 사이에선 논란이 됐다. 지난 2020년 MBN 노사가 임금·단체협약에서 보도국장 임명동의제를 시행하기로 합의했는데도 사측의 이 같은 대응이 기자들의 더 큰 반발심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MBN A 기자는 “지명자는 이미 보도국장 업무를 하고 있었다. 선후 관계가 잘못됐지 않느냐”며 “보도국 개선을 위해 기자들이 고생하며 제도를 만들어 놨는데 회사는 요식행위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생각에 반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1년 동안 불거진 MBN 기자 대거 이탈 문제와 관련한 사측의 대안 부재도 부결 원인으로 꼽힌다. B 기자는 “보도국 인력구조를 보면 주니어 연차의 비중이 높은데 연차 낮은 기자들 사이에선 이 문제가 제일 컸다”며 “그동안 젊은 기자들의 퇴사가 많아 회사 분위기가 다운돼 있었다. 기자들이 나가면 회사가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1년 동안 피드백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MBN 보도국은 부국장 대행 체제로 유지되고 있다. 사측은 보도국장 내정자 재지명에 앞서 오는 14일 구성원을 대상으로 보도국장 임명투표제 관련 ‘임원과의 대화’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이번 임명동의 부결이 사실상 회사에 대한 의사 표시였던 만큼 제대로 된 대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C 기자는 “이런 상태에선 다음 후보가 지명되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웬만한 혁신을 내세우지 않은 이상 힘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A 기자는 “기자들이 뉴스 연성화에 지친 분위기다”며 “아침 프로그램에나 다룰 소재를 메인뉴스에서 보도하는 일이 많은데 우리가 기자인지 유튜버인지 고민이 들 정도로 스트레스들이 쌓이고 있다는 것도 회사가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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