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디지털 뉴스 생태계에서 포털은 절대적인 존재다.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매년 발표하는 ‘디지털 뉴스 리포트’에 따르면 한국은 포털을 통한 뉴스 이용률(약 70%)이 가장 높은 국가다. 국내 언론사들은 네이버‧다음으로 대표되는 민영 포털에 디지털 뉴스 유통을 의존해왔고, 그 과정에서 저널리즘 품질 저하와 뉴스 소비 양극화 등 여러 부작용이 발생했다. 지난 20여년간 포털을 기반으로 굳어진 디지털 뉴스 유통구조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언론계에선 공공적 성격을 띤 ‘언론사 공동 뉴스 포털’ 도입이 하나의 해결책으로 떠올랐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포털 중심의 디지털 뉴스 유통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대안으로서 언론사 공동 뉴스 포털(공동포털)을 제시하는 세미나를 개최했다. 언론재단은 올 초 언론 현업단체와 유관 기관,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포럼을 구성해 공동포털의 가능성을 검토해왔다. 이날 세미나는 언론재단 연구진과 포럼 위원들이 그동안 논의한 결과를 중간 발표하는 자리였다.
언론계에서 공동포털 이야기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0년대 중반부터 민영 포털 중심의 유통구조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일면서 언론사들이 협업‧연합해 운영하는 공동포털 필요성에 공감대가 생겼다. 그러나 언론사마다 처한 현실과 이해관계가 달라 실현되진 못했다. 오세욱 언론재단 책임연구위원은 “공동포털을 실행할 주체와 재원, 업계 내 의견수렴의 어려움 등으로 구축이 지연됐다”며 “그동안 디지털 뉴스 유통 생태계는 더욱 고착화됐다”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의 책임자이자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오 위원은 “공동포털 논의는 언론계에서 오랫동안 현 (민영) 포털의 대안으로 제시해온 제3의 포털을 현실화하는 작업”이라며 “공동포털은 언론사들이 함께 디지털 뉴스 유통을 주도하면서 그 생태계를 경험하는 실험의 장을 제공할 수 있고, 전체 뉴스 유통 시장의 상향 평준화와 상업적 포털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촉구‧강화하는 기제로도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포럼 위원들은 공동포털에 적용해야 할 다섯 가지 기본 원칙을 세웠다. 첫째는 공공성이다. 포털은 공익적인 관점에서 뉴스를 유통하는 관문일 뿐 종착점은 언론사여야 한다는 인식이다. 이어 다양성, 지역성, 독립성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기존 포털의 대안으로서 이용자와 뉴스 제공자(언론사)에게 ‘차별성’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포럼 위원들이 의견을 모은 공동포털의 구체적인 운영 방식은 이렇다. 먼저 기사는 아웃링크(언론사 페이지로 바로 연결)로 제공한다. 다만 일정 기간의 과도기에는 아웃링크와 인링크(포털 내 유통) 혼용이 필요하다고 봤다. 기사 배열은 사람이나 기계가 개입하지 않는 편집을 원칙으로 하되, 이용자 편의성을 고려해 국가적 재난이나 주요 이슈 파악을 위한 클러스터링에는 제한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했다.
공동포털 추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언론사와 이용자의 참여다. 포럼이 제안한 유인 방안은 언론사엔 기사 제공료 지급과 기사 최소 노출 보장, 이용자 데이터 전수 제공, 이용자에겐 큰 틀에서 ‘고품질 콘텐츠와 저널리즘을 소비한다는 만족감’을 주는 것이다.
언론재단은 포럼 위원들과 추가 논의를 거쳐 오는 10월, 보다 상세한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행할 예정이다. 오 위원은 “공동포털을 추진하는 과정은 디지털 뉴스 생태계의 개선 방안을 포함해 궁극적으로는 우리 사회 저널리즘의 위기 극복과 방향성을 모색하는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며 “이 연구는 실제 추진을 전제로 이론적, 실무적 가능성을 검토한 것이다. 실제 추진이 좌절되더라도 향후 관련 사안이 다시 제시될 경우 참고자료로써 중요한 가치를 지닐 것”이라고 밝혔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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