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후배들이 더 잘 아시겠지만 검증보도는 늘 맨땅에 헤딩입니다. 어디에 어떻게 머리를 박아야 할지 거기서 뭐가 나올지 아무 것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동훈 장관 검증은 가장 힘든 취재 중 하나였습니다. 청문자료에서 어떠한 단서도 찾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딸이 국제학교에 다니면서 짧은 기간 다수의 책과 논문을 쓴 사실과 한국쓰리엠으로부터 부모찬스로 연계 복지관에 노트북을 기부한 의혹을 밝혀냈습니다. 케냐 대필 작가의 진술을 이끌어내고 미국입시 전문컨설턴트인 이모가 딸과 조카들을 비슷한 패턴으로 준비시켰던 사실 또한 보도했습니다. 미국유학 전문입시는 새로운 세계였습니다. 한겨레는 그들만의 리그라는 기획도 연재하며 문제 제기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해명에 충실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취재가 진행되는 중간마다 한 장관의 입장을 확인하며 객관적인 입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럼에도 한 장관은 보도 당일 저를 포함한 기자들을 고소했습니다. 함께 팔로우하는 언론사도 적었으며 고소에 조사 하나하나까지 긴장해야 했습니다. 정말 팀이 아니었다면 나오기 힘든 보도였다고 생각합니다. 하루도 편하게 눈 붙이지 못하고 후배들의 취재를 하나하나 직접 챙기신 정환봉 선배, 김가윤·장예지·이지혜 기자가 발로 뛰지 않았다면 연속 보도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끝까지 지지해주신 국장께도 감사드립니다. 한 장관의 지난 검찰 사직인사를 잠시 빌리겠습니다. 앞으로도 ‘직업윤리를 믿으며 팩트와 상식을 무기로’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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